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100일 계획’에 합의했다. 미·중 정상이 이런 합의를 내놓자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그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하던 한국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100일 계획은 미국이 ‘다른 나라들도 알아서 기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에 고무된 듯하다. 북핵, 환율조작국 지정, 보복관세, 중국기업 제재 등 모든 압박 카드를 동원해 결국 무역흑자를 줄이겠다는 중국의 항복을 받아냈다는 분위기다. 미국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을 문제 삼는 건 백번이라도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무역수지 문제를 인위적으로 해결하려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중국과 다를 게 뭐가 있나. 중국이 한국에 감행하고 있는 사드보복이나 미국이 무역불균형을 상대방 탓으로만 몰아가며 압박을 가하는 행태나 국제 무역질서를 해치고 왜곡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은 중국과 어떤 제품에서 대중(對中) 수출을 늘리고 대미(對美) 수출을 줄이라고 할지를 협의할 것이라지만, 이것이 미국의 경쟁력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보장도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차이나 무역 쇼크의 진실’이라는 사설을 통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미국 기업과 근로자를 경쟁력 있게 만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의 일방적 보호무역은 오히려 미국의 경쟁력을 망칠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은 과거 일본의 무역흑자를 문제 삼으며 플라자 합의, 자율적 수출규제 등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실패했다. 미국이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감세, 규제완화, 정보기술(IT) 등 신산업 투자로 돌아서면서부터였다. 이게 미국의 진짜 경쟁력 아닌가.

세계는 미국의 리더십으로 국제교역을 촉진시키며 공동의 번영을 일궈왔다. 기축통화 달러화 지위도 자유무역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그런 미국이 100일 계획을 동원해 스스로 국제무역 질서와 규범을 위협하면 어쩌자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