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은 김용환 회장 강세 속 한 두 차례 더 임추위 열듯
수협은행은 10일까지 못 정하면 공백 불가피


정권 말 농협금융 회장과 수협은행장의 인사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 금융사는 민간이지만 정부와 농·수협 중앙회의 영향을 받는다.

농협금융 인사는 대체로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다.

수협은행은 재공모까지 진행했지만 벌써 한 달째 표류상태다.

일각에선 다음 정부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지난 6일 2차 임원추천위원회를 열었다.

농협 임추위원들은 1, 2차 임추위원회를 통해 내외부 후보들을 면밀하게 관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에서는 내부 후보를, 2차에서는 외부 후보들을 주로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임추위 관계자는 "아직 진도 나간 게 없다.

정해진 게 없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임추위는 한두 차례 더 회의를 열어 최종 후보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로써는 김용환 현 회장의 연임에 무게중심이 쏠린다.

지난해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에도 실적이 나쁘지 않았고, 지난 2년간 농협금융의 기초체력을 탄탄하게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정권 말이라 관료들의 움직임이 조용하다는 게 연임의 호재다.

농협금융은 취임 후 3개월 만에 물러난 신충식 초대회장을 제외하고, 신동규, 임종룡, 김용환 등 3명의 회장이 모두 관료 출신이다.

그러나 막판 판세는 흔들릴 수 있다.

지난 4대 회장을 뽑을 때도 10명가량의 후보자 가운데 김용환 회장은 전혀 물망에 오르지 않다가 막판에 내정됐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 말이라 김용환 현 회장에게 유리하지만,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인사"라며 "판세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순탄하게 흘러가는 반면, 수협은 악화일로다.

오는 10일 차기 은행장을 내정하지 못하면 대행체제로 정권 말까지 가게 될 수도 있다.

수협은행장 내정은 수협은행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의 입장과 수협은행의 100% 주주인 수협중앙회가 힘겨루기하면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정부 측 사외이사들은 "내부인사는 절대 안 된다"며 수협중앙회가 밀고 있는 강명석 상임감사를 결사반대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이사들도 "정부 출신인 이원태 현 행장의 연임은 안 된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재공모 끝에 지난달 31일 최종 후보를 가리려 했으나 행추위원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4일로 다시 미뤘는데도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튿날인 5일에도 행추위를 열었으나 역시 입장차만 확인했다.

급기야 수협중앙회 이사회에서까지 나서서 행추위의 조속한 결정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냈다.

"은행장 임기만료에 따른 경영 공백이 불 보듯 뻔하고 이는 어업인들에게까지 피해가 미친다"는 것이다.

수협은행장 선출을 위한 행추위는 오는 10일 재개된다.

정부 측이 미는 이원태 현 행장과 수협중앙회가 지원하는 강명석 상임감사의 2파전이지만, 양측의 극한 대립 속에 최종 후보자 3인 중 나머지 한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