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또 제2의 지구?
지구를 닮은 행성이 태양계 밖에서 또 발견됐다. 영국 천문학자들이 약 39광년 거리의 ‘글리제 1132b’에서 최초로 대기의 존재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외계 행성에서 수증기나 메탄 등으로 이뤄진 대기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생명체를 찾으려는 과학자들에게는 흥분되는 일일 것이다. 뜨거운 수증기 대기 아래 바다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쌍둥이 지구’ 행성을 처음 발견한 것은 1992년이다. 이후 25년간 수많은 외계 행성이 발견됐다. 지난 2월에는 국제공동연구팀이 지구와 비슷한 행성 7개가 하나의 별을 두고 공전하는 것을 확인했다. 올해부터는 더 많은 행성을 포착할 전망이다. 우선 유럽우주국이 쏘아올린 첨단 우주망원경 ‘가이아’의 추가 데이터가 곧 공개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까지 발사되면 ‘제2의 지구’를 찾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이런 과학의 진보는 인류에게 반가운 일이지만 여기에도 ‘그늘’이 있다. 냉전시대 미·소 간 우주 경쟁은 달 착륙 성과를 가져왔지만 무리한 자존심 대결로 국가재정 위기도 불러왔다. 1990년 이후 NASA가 예산 축소 때문에 기를 못 편 것도 이 때문이다. 소련 역시 경제파탄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그래서 늘 나오는 얘기가 예산을 따기 위한 궁여지책형 ‘우주 마케팅’이다. 잊힐 만하면 ‘새 행성 발견’이나 ‘태양계 밖 소식’이 나온다. 유럽우주국도 비슷한 마케팅으로 ‘우주 투자’를 유도한다.

최근에는 중국이 이런 전철을 밟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우주 예산은 61억달러로 미국(393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우주 개발도 유인우주선이나 우주정거장 등 중후장대형이다. 예전의 미·소 방식이다. 이와 달리 인도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중국의 5분의 1인 12억달러만 투자하고도 이문을 남기는 실속형이다. 예산타령도 않고 ‘홍보 쇼’도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자체 로켓으로 21개국 인공위성 79개를 쏘아올리며 1억5700만달러를 벌었다. 우리 돈으로 1760억원이 넘는다.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는 약 3230억달러. 이 가운데 상업용 우주산업이 76%가량이니 인도 방식이 단연 지혜롭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주정책 자문인 로버트 워커 웩슬러앤드워커 회장도 “우주 개발의 미래는 기업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정부 기구는 늘 규제를 받지만 기업가들은 창의성으로 앞서간다는 것이다. 우주 예산이 7464억원(약 6억5000만달러)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새겨들을 말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