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낮은 가지에 저마다 분홍빛으로 가득 피더니
일편서비일편동(一片西飛一片東)
한 잎은 동쪽으로 또 한 잎은 서쪽으로 날리네.
중국 혹은 한국의 한시에서 벚꽃을 소재로 지은 시는 흔하지 않다. 벚꽃 한시의 작가는 대부분 일본 시인이다. 조원선사의 벚꽃 시 배경 역시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중국 출신이 지은 일본시로 분류할 수 있겠다. 물론 ‘내 것 네 것’을 나누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기는 하다. 첫 행은 개화, 마지막 행은 낙화를 읊었다. 피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사이에 또 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화도 순식간이지만 낙화도 순식간이다. 그래서 한 작품 속에서 피고 지는 것을 동시에 담았다.
지는 모습까지 사랑받는 꽃이 벚꽃이다. 눈보라처럼 휘날리는 풍광이 얼마나 인상적인지 따로 ‘앵취설(櫻吹雪·사쿠라후부키)’이라고 칭했다. 이런 찰나적 미학을 승려시인 사이교(西行, 1118~1190)는 “왜 벚꽃은 찬사를 보내는 군중 눈 앞에서 그토록 무정하게 떠나가는가?”라고 읊조렸다. 그는 사쿠라(櫻) 마니아 시인답게 떨어지는 벚꽃 아래에서 한 생을 마감했다고 전한다. 그의 묘를 오백년 후에 어떤 후학이 발견하게 된다. 무덤 주변에 천그루의 벚나무를 심는 것으로 조문을 대신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뒷사람들은 ‘서행스님의 벚꽃(西行櫻·사이교사쿠라)’이라고 불렀다.
발길 닿는 곳마다 벚꽃천지다. 필 때도 설레지만 질 때는 더 설렌다는 말을 실감하는 봄날이다.
원철 < 스님(조계종 포교연구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