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의원
이언주 의원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광명을·재선)이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민주당에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과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는 당내 비주류인 이 의원의 탈당이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 수 있는 내부 균열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의원은 지난 4일 기자와 만나 “문 후보의 대선 승리 가능성과 상관없이 탈당 결심을 굳힌 상태”라며 “친문(친문재인)세력과 운동권이 장악한 당에서는 세상을 바꾸는 정치를 하는 데 한계를 절감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탈당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최명길 의원에 이어 세 번째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우상호 원내대표(오른쪽)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우상호 원내대표(오른쪽)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의원은 6일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국민의당 입당과 함께 안철수 후보 캠프에 합류하기로 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당 인사들과 물밑 접촉을 해 왔으며 지난 4일 밤 안철수 후보와 직접 통화해 “함께하자”는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안 후보가 탈당하기 전에 친안(친안철수)계로 분류됐다. 그는 “예전부터 안 후보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당 후보가 아니라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 한국 정치의 새 페이지를 여는 데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부터 나와 함께한 동지들은 다 국민의당에 있다. 실질적으로는 그곳이 나에게 고향 같은 곳”이라며 “가서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경선 후 첫 탈당자가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추가 탈당을 막기 위한 내부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캠프와 감정의 골을 키운 데다 당내 비주류 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문 후보 측 캠프 합류를 주저하고 있어 추가 탈당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비주류 한 의원은 “역대 최고 지지율을 기록 중인 ‘부자 정당’을 박차고 나가는 게 쉽지 않고 탈당 명분 때문에 주저하는 의원도 많다”며 “하지만 안 후보의 약진을 포함해 대선 판세가 바뀌면 10여명이 추가 탈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5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 전 대표의 후보 간 통합연대론도 일부 비주류 의원에게 탈당의 명분과 공간을 열어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비주류 의원 중 일부가 김 전 대표 측에 일단 합류한 뒤 결국 안 후보 등 비문(비문재인) 유력 후보를 지원할 것이란 관측이다.

물론 당 지지율이 높은 데다 문 후보 지지율이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어 추가 탈당이 제한적일 것이란 반론도 적지 않다. 이 의원의 탈당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얘기다. 문 후보 캠프의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압도적 지지로 선출된 대선후보를 등지고 당을 떠날 명분이 있겠느냐”며 “문 후보도 당의 통합을 위해 직접 비주류 의원들과 접촉하는 등 여러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 캠프는 경선 후유증과 비주류 의원의 추가 탈당 등 원심력을 차단하기 위해 당내 계파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 선대위’ 구성에 착수했다. 이날 경남 양산 부친 묘소 참배 등 개인 일정만 소화한 문 후보는 양산 자택에서 선대위 구성을 비롯해 대선 전략 등 정국 구상에 들어갔다. 그가 전날 의원총회에서 광폭 인재 영입을 시사한 만큼 ‘합리적 진보’ ‘개혁적 보수’ 인사들의 선대위 합류가 예상된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