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4일 대전 중구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충청·세종 지역 순회경선에서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박지원 당 대표의 축하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안 후보, 박 대표, 박주선 국회부의장. 대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4일 대전 중구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충청·세종 지역 순회경선에서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박지원 당 대표의 축하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안 후보, 박 대표, 박주선 국회부의장. 대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4일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안철수 전 대표의 첫 일성은 “계파주의와 패권주의 극복”이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다. 안 후보는 또 “정치공학적인 연대, 탄핵 반대에 면죄부를 주는 연대, 특정인을 반대하기 위한 연대는 하지 않겠다”고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연대론에 쐐기를 박았다. 경선을 거치며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비문(비문재인)연대’ 없이도 문 후보를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분석됐다.

안철수 “국민의 대통령 되겠다”

안 후보는 이날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충청 지역 경선에서 85.38% 득표율을 기록했다. 안 후보는 누적 득표율 75.01%를 얻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18.07%), 박주선 국회부의장(6.92%)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후보로 선출됐다.

안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다음 세대가 살아갈 공정한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며 “미래를 여는 담대한 도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저에게 정치를 배우지 말고, 정치를 바꾸라고 불러낸 것은 국민”이라며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친문(친문재인) 세력을 겨냥해 “편 가르기 정권이 아니라 실력 위주의 드림팀을 만들어 최고의 인재와 토론하는 젊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둠이 물러가서 해가 뜨는 것이 아니라 해가 떠서 어둠이 물러난다”며 “안철수의 시간이 오니 문재인의 시간이 가고 있다. 국민 통합의 시간이 오니 패권의 시간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2012년에 제가 완주하지 못해 실망한 국민이 있다는 걸 안다”며 “하지만 저 안철수는 그때보다 백만 배, 천만 배 강해졌다”고 외쳤다.

문 후보와 양강구도가 1차 목표

대권에 재도전하는 안 후보는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당장 지지율을 30%대로 끌어올려 민주당의 문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하는 게 급선무다. 안 후보도 경선 과정에서 “이번 대선은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해 문 후보에게 뒤져 있는 호남 지지율과 20대 지지율을 올리는 것이 당면 과제다.

문재인-안철수 대결구도를 형성하면 당 안팎의 각종 연대론을 잠재울 수 있다. 다행히 이번 경선 흥행을 통해 안풍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중순까지 10% 안팎에 머물렀던 지지율이 완전국민경선이 예상 밖 흥행에 성공하면서 최근 20% 안팎까지 올랐다. 지난 3일 내일신문이 발표한 4월 정례여론조사 양자대결에서 처음으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문 후보와 양강구도가 되려면 20대와 호남 지지율을 문 후보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이웨이 vs 연대론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 보수정당과의 연대론을 뚫고 나가는 것도 안 후보가 직면한 과제다. 안 후보는 이날 충남대에서 강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누구를 반대하기 위한 공학적인 연대에 여러 차례 반대해 왔다. (정치공학적 연대를) 가정하고 비판하는 것은 마치 허깨비를 만들어서 비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문 후보와 날을 세웠다. 문 후보가 3일 안 전 대표와의 양자구도에 대해 “안철수와 구여권과의 적폐연대”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정면 반격이다.

안 후보는 비문연대에 선을 그으며 자강론을 강조하지만 향후 지지율 추이에 따라 연대론이 다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 직전까지 다자 구도에서 안 후보 지지율이 문 후보에게 크게 미치지 못할 경우 연대론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4·13 총선 당시 당 안팎에서 민주당과의 연대론이 부상했지만 공동대표였던 안 후보는 “죽더라도 광야에서 죽겠다”며 이를 거부했고, 결국 38석의 국민의당을 출범시켰다.

대전=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