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전공 살린 '부업' 짭짤하네
한국형헤지(사모)펀드 운용사인 안다자산운용(설정액 4518억원)은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과점 ‘롤링핀’의 2대 주주다. 2014년부터 회삿돈 6억원과 관계사 투자금을 합쳐 15% 안팎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투자 후 롤링핀 매장 수(현재 36개)가 22개 늘어나는 등 회사 외형이 커져 적잖은 지분 차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권욱 안다자산운용 회장은 “자기자본 수익을 다각화하는 차원”이라며 “투자 노하우를 살려 롤링핀 측에 경영 조언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의 수익원이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엔 고객 자금을 굴리는 대가로 받는 수수료 수입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엔 회삿돈으로 비상장회사나 전환사채(CB) 등에 직접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운용사가 늘고 있다. 각종 회사를 분석, 투자하면서 기업을 보는 안목이 쌓인 데다 잘 알려지지 않은 투자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안다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상장사인 리조트회사 ‘부바’ CB에 10억원을 투자해 넉 달 만에 30% 정도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회사의 특성을 살려 비상장사 투자에 나서는 곳도 있다. 바이오·헬스케어분야 전문 투자회사인 쿼드자산운용은 치매치료 항체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비상장사 뉴라클사이언스에 35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10월엔 비만, 당뇨 치료제 개발회사인 글라세움과 펩트론에 각각 3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479억원 가운데 19.8%를 세 회사에 쏟아부었다.

높은 수익률을 올린 성공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비상장사와 CB 투자로 유명한 디에스자산운용은 치과용 임플란트 생산업체 디오에 24억원을 투자해 지분 가치를 60억원(지난해 3월31일 기준)으로 늘렸다. 2015년엔 핀테크 전문기업 코나아이에 10억원을 투자해 두 배 이상의 수익을 내기도 했다. 이 회사의 비상장사 투자는 지난해 3월 기준으로 300억원을 넘겼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도 지난해 상장한 에코마케팅에 30억원을 투자하는 등 비상장사 투자처로 삼고 있다.

회사 내부 자금을 활용한 직접 투자가 늘어난 이유는 기존 펀드 수수료만으로는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운용사는 고객 투자금 2% 안팎의 수수료와 수익률에 따른 성과보수를 받는다. 지난해 헤지펀드 설정액이 불어나긴 했지만 전체 헤지펀드의 평균수익률이 마이너스(-0.3%)에 머무는 등 성과는 부진했다. 펀드들이 주로 수익을 내는 중소형주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설립된 지 오래되고 자본금이 많은 회사를 중심으로 회삿돈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다만 내부자금 투자가 회사 안정성과 이익 상충의 문제가 있는 만큼 투자 대상 등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