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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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해외 판매가 전년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파로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뛰어오른 주가도 단기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중국사업 불확실성이 당분간 주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월별 기준으로 중국 판매량의 반등 시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증시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기업 내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이슈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3월 글로벌 공장 판매량은 각각 40만6000대와 23만8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3%와 11.2% 줄었다. 해외 공장 판매량은 현대차가 전년보다 9.9%, 기아차가 16.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 공장의 판매량 감소는 중국 공장의 가동률이 눈에 띄게 하락한 탓이다. 수출 물량을 포함한 1분기 국내 공장 판매량 역시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전년 대비 4.9%와 1.8% 줄었다.

김평모 동부증권 연구원은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중국 내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며 "올해 안에 현대·기아차의 중국 공장 판매량은 뚜렷한 반등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 판매 비중은 현재 각각 20% 수준이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대체로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에서 판매 부진이 글로벌 판매대수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연구원은 다만 "사드 여파라는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수출 판매는 성장세"라며 "긍정과 부정의 투자지표가 모두 존재하지만 사드 문제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올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 목표는 825만대. 현대차의 경우 전년보다 4.6% 성장, 기아차는 5.0% 성장이 판매 목표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1~3월) 글로벌 판매가 전년보다 3.5% 줄어든 상황이라서 연간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은 맞지만, 작년 1분기에도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6%대 감소세로 시작해 연간 1~2% 감소세로 마감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올해 성장에 대한 기대치를 좀 더 낮출 필요는 있지만 하반기를 염두에 둔 매매전략은 유효하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하반기에 신차와 기저효과로 긍정적인 지표들이 살아날 수 있다"며 "'상저하고' 패턴의 판매와 실적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아직 공장별 출고 판매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전체 생산 감소량을 토대로 추정한 중국 감소 폭은 현대차가 30~50%, 기아차는 70~80% 수준"이라며 "그래도 일회성 요인과 구조적 요인에 의한 판매 감소를 구분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시장의 우려는 과도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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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주가 하락을 오히려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분석은 과거 중국과 영토 분쟁으로 곤혹을 치른 일본의 자동차 주가를 사례로 소개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분쟁으로 중국 판매가 감소한 뒤 전월 대비로 판매량이 회복되는데 두 달 가량 걸렸다"며 "분쟁이 본격화된 2012년 9월에 혼다 도요타 닛산의 중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5%, 38.4%, 43%씩 급감했지만 11월부터 전월 대비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평년 수준 회복은 6개월 이후인 2013년 3월부터였다는 것.

이어 "이번 사태도 전월 대비 판매량의 반등 시점에 주목하면서 주가 조정이 과도할 경우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권했다. 현대·기아차의 펀더멘털(기초체력) 문제가 아닌 정치적 이슈에서 시작된 판매 부진인 데다 주가에도 선반영됐다는 평가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