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밤 9시, 롯데월드타워 개장 및 그룹 창립 50년 기념 불꽃축제가 열렸다.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에서 경영진과 함께 보고 있던 신동빈 롯데 회장(사진)에게 보고가 올라왔다. 100만명이 불꽃축제를 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표정이 밝아졌다. ‘오늘처럼 시민들이 롯데를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심각해졌다. 잠시 후 입을 열었다. “롯데월드타워는 새로운 롯데의 상징입니다. 높이와 규모를 자랑하지 말고 관광과 고용을 통해 사회에 어떻게 이바지할지 더 생각해야 합니다.” 지난 50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롯데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롯데의 지난 50년은 ‘연어의 귀환’이었다. 그의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은 1942년 혈혈단신 ‘현해탄’을 건너갔다. 껌과 초콜릿으로 성공했다. “조국에 투자해달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1967년 한국 사업을 시작했다. 껌과 과자로 서민의 애환을 달랬다. 백화점, 호텔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껌 팔아 돈 번 회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해외로 나갔다. 23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 됐다.

하지만 롯데에 대한 한국 사회의 평가는 인색하다. 매년 수조원을 한국에 투자해도 일본 기업이라고 한다. ‘짠돌이 기업’이라고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중국에선 한국 대표 기업으로 찍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시달리고 있다.

이 모든 짐을 신 회장이 떠안았다. 그는 말했다. “롯데는 50년간 숱한 어려움을 이겨낸 저력이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신뢰받는 기업이 돼야 합니다.” 신격호의 50년이 끝나고, 신동빈의 시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123층 롯데월드타워는 3일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