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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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한국중소기업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회장으로 취임하는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56·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들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도록 적극 돕겠다”며 “학회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기에 들어섰다고 진단하면서 해외 진출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내수만으로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우리 기업의 혁신성을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지역 포럼을 띄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 현지 정보와 네트워크가 부족한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풀어주고 사례 위주로 조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중소기업진흥공단, KOTRA 등과 협력해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개척 모델을 만들어갈 방침이다.

“해외시장이 만만한 게 아니거든요. ‘나가야 한다’는 당위나 구호만 갖고는 안 먹혀요. 사례를 유형별로 꼼꼼하게 체크해야죠. 학회가 현지 진출 성공 비결과 실패 요인을 분석해 후발 기업에 실질적 정보를 주는 자리를 많이 마련할 생각입니다.”

그는 현재 경제 상황을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규정했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통과하며 거품을 뺀 가치소비 아이템으로 글로벌화까지 성공한 유니클로 같은 혁신적 기업이 여럿 나왔고 중국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투자를 받고 과감히 시도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생태계가 활발하다”며 “우리는 일본 같은 혁신성, 중국 같은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회복되려면 중소·벤처·스타트업부터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학회는 새 정부 출범에 발맞춰 이런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는 “혁신성과 도전성을 높이려면 중소기업 쪽으로 경제성장 축이 좀 더 옮겨오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밀착 협력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실현 가능성을 점검하고 정책적 뒷받침 문제까지 구체적으로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앙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에서 응용경제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중소기업학회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 1년간이다. 1978년 설립된 중소기업학회는 정회원이 2000여명에 달하는 중소·중견기업 관련 대표 학회다.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