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수 전 검찰총장(77·사법시험 2회·사진)은 ‘김수남 검찰총장의 심정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 전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을 하루 앞둔 20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그는 1995년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수사를 총지휘했다. 김 전 총장은 “두 전직 대통령을 뇌물죄 등으로 처벌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인 소환 조사’를 앞둔 후배 검사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박 전 대통령에게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노 전 대통령 조사 당시 검사들에게 “각하” “대통령님”이라는 호칭을 쓰도록 한 이유다. “대화가 자연스러워야 검찰이 원하는 진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같은 맥락에서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했을 때 청사 출입문 앞 포토라인에서 조사실까지 안내를 누구에게 맡길지도 중요하다고 했다. 김 전 총장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조사한 곳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다. 당시 노 전 대통령 안내는 검찰 일반직 가운데 최고위직인 대검찰청 사무국장에게 맡겼다고 한다.
식사 문제도 검찰이 신경을 많이 쓰는 대목이다. 김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처럼 집에서 도시락 등 식사를 가져오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인근 식당에서 배달시켰다가 탈이라도 나면 검찰이 난처한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평소 즐겨 찾는 간식을 갖다 놓는 것도 편안한 분위기 조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전 총장은 검찰이 박 전 대통령 조사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씨와 며칠에 한 번씩 만났는지, 장관 추천을 부탁받았는지 등 두 사람 간 친소관계를 비롯해 질문할 내용이 수백 가지가 될 것”이라며 “조사 시간이 12시간 이상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전 전 대통령과 관련한 일화도 들려줬다. 전 전 대통령은 1995년 12월2일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검찰 소환에 불응한다는 내용의 ‘골목성명’을 마치고 경남 합천 고향집으로 내려갔다. 다음날 전 전 대통령을 체포한 검찰은 수감 장소로 경기 안양교도소를 택했다. 그 이유는 당시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 노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었기 때문이다. 김 전 총장은 “두 사람 모두 서울구치소에 수감하면 지지세력이 몰려올 수도 있다는 우려에 안양에 수감했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