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션이 오는 24일 홍콩 르네상스하버뷰호텔 경매에 출품하는 남관의 '무제'.
서울옥션이 오는 24일 홍콩 르네상스하버뷰호텔 경매에 출품하는 남관의 '무제'.
홍콩이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 이어 제3의 글로벌 아트마켓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홍콩의 한 해 미술품 거래액은 1조원이 넘는다. 국내외 미술계는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다지고 아시아 시장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성장성이 높은 홍콩시장에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가고시안, 리먼머핀(이상 미국) 화이트큐브, 벤브라운(이상 영국) 페로탱갤러리(프랑스) 등 유명 화랑은 물론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 소더비, 서울옥션 등이 홍콩에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미술계가 이번주 ‘아시아 아트마켓의 허브’로 떠오른 홍콩에 집결한다.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인 아트바젤 홍콩(23~25일)을 비롯해 아트센트럴(23~25일) 하버아트페어(24~26일) 등 대규모 미술장터가 잇달아 열려 세계의 시선이 홍콩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홍콩크리스티와 서울옥션은 오는 23일과 24일에 차례로 봄철 경매 ‘빅 매치’를 벌인다.

아시아 슈퍼리치들이 이들 행사에 쓰는 돈만 약 2000억원, 한국 그림에 베팅하는 돈은 15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미술계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상황이어서 작품 판매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화랑 100여곳 출사표

국내 화랑들은 아시아지역 컬렉터들이 흥분할 만한 단색화는 물론 단색 계열의 추상화, 민중미술까지 작품 영역을 넓히며 홍콩 판촉전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화랑업계는 비교적 활기를 띠고 있는 홍콩에서 돌파구를 찾는다는 전략이다. 국내 화랑 100여곳이 홍콩에서 열리는 다채로운 아트페어에 도전장을 낸 까닭이다.

국제, 학고재, 아라리오, PKM, 리안갤러리 등 화랑 아홉 곳은 23일 홍콩 알렉산드라하우스에서 개막하는 아트바젤 홍콩에 참가해 아쿠아벨라 갤러리스, 하우저&워스, 가고시안, 화이트큐브 등 세계 유수 화랑들과 치열한 판매전을 벌일 예정이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아트바젤 홍콩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중국 등 34개국 242개 갤러리가 참가해 피카소, 프랜시스 베이컨, 사이 톰볼리, 정상화, 이우환 등 국내외 유명 작가 작품 3000여점을 전시·판매한다.

갤러리 현대와 조현화랑 등 10여곳은 미술장터 아트센트럴(홍콩 센트럴 하버프런트), 동산방화랑과 청작화랑 등 중견·군소 화랑 51곳은 하버아트페어(마르코폴로호텔 7층), 갤러리 미즈 등 16곳은 프라이머리아트페어(더엑셀시어호텔)에 참가해 ‘미술한류’에 불을 지핀다. 한국화랑협회는 아트페어와 경매행사에 미술애호가 8만여명이 찾을 것으로 보고, 24일 오후 7시 홍콩 중심가 센트럴에 있는 퓨전한식당 ‘진주’에서 아시아 미술애호가를 대상으로 한국 미술 홍보행사를 연다.

이화익 한국화랑협회장은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에 따른 ‘한류금지령’ 우려가 현실화되자 국내 화랑들이 미술품 판매에 법적 규제가 없는 홍콩 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0억 시장을 잡아라"…미술계 홍콩 집결
김환기 작품 27억원부터 경매 시작

서울옥션과 홍콩 크리스티는 아시아 슈퍼리치 잡기에 나선다. 서울옥션은 24일 홍콩 르네상스하버뷰호텔에서 열리는 경매에 100억원대 미술품을 내놓는다. 김환기 정상화 이우환 박서보 등 단색화 작품을 전면에 배치한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단색화에 대한 세계 미술애호가들의 ‘식욕’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서울옥션은 이날 김환기(1913~1974)의 1972년 점화 ‘18-Ⅱ-72 #221’의 경매를 27억원부터 시작한다. 이우환의 1990년작 ‘바람’은 추정가 9억~13억5000만원에 내놨다. 팝아티스트 에드워드 루샤를 비롯해 사진작가 신디 셔먼, 조각가 조엘 샤피로, 설치미술가 구사마 야요이 등의 수작도 경매한다. 홍콩 크리스티는 홍콩컨벤션센터에서 기획 경매 ‘퍼스트 오픈(First Open)’을 열고 서승원 전광영 등 한국 작가 작품 11점을 포함해 일본 중국 작가 작품 등 90점(추정가 100억원)을 경매에 부친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3월에 열리는 홍콩경매의 결과는 국제 미술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더 관심이 쏠린다”며 “올 들어 뉴욕, 런던 미술시장이 ‘바닥’을 찍고 회복세를 타고 있는 만큼 이번주 홍콩 시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