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렉 볼드윈 부부가 소개하는 데이코 > 영화배우 알렉 볼드윈 부부(위)가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있는 삼성 뉴욕 마케팅센터에서 삼성전자가 인수한 데이코의 새 빌트인 라인업인 모더니스트 컬렉션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알렉 볼드윈 부부가 소개하는 데이코 > 영화배우 알렉 볼드윈 부부(위)가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있는 삼성 뉴욕 마케팅센터에서 삼성전자가 인수한 데이코의 새 빌트인 라인업인 모더니스트 컬렉션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에서 빌트인 사업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임직원 두 명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삼성전자가 미국 명품 빌트인 가전업체 데이코를 인수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은 때다. 이들은 데이코와 삼성전자 사이의 소통을 담당하며 삼성전자 기술을 이용해 데이코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데이코는 미국 뉴욕에서 이 같은 협업을 바탕으로 새로운 빌트인 라인업 ‘모더니스트 컬렉션’을 공개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2014년 이후 본격화한 적극적인 인수합병(M&A) 행보가 빠르게 결실을 맺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첫걸음 뗀 시너지

1965년 창립한 데이코의 기술력은 삼성전자가 인수할 당시에도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미국 소비자 대부분이 사용하는 쿡톱과 오븐 등에선 국내 업체가 좀처럼 다다르기 힘들었다. 하지만 냉장고에선 부족한 점이 많았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냉장고에 각종 특허와 스마트폰 기술 등을 전수하고 적용하면 몇 단계 점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날 데이코가 선보인 모더니스트 컬렉션은 데이코와 삼성전자의 강점이 융합됐다. 인덕션 쿡톱엔 ‘가상 불꽃’을 이용해 화력(火力) 강도를 표현했고 나쁜 공기를 빼내는 후드는 쿡톱과 연동돼 조리를 시작하면 자동으로 켜지도록 했다. 냉장고와 냉동고에는 작은 힘으로도 문을 쉽게 열 수 있는 ‘푸시 오픈 도어’, 냉장고 내부 온도 변화를 줄이는 정온 냉각 기술, 스마트폰을 통해 냉장고 내부 식품 상태를 확인하는 카메라 등이 적용됐다. 모두 삼성전자가 제품에 이미 적용했거나 개발을 완료한 기술이다.

모더니스트 컬렉션에는 흑회색의 그래파이트 색상을 적용했다. 보통 밝은 색깔을 적용하는 미국 빌트인 가전 전통을 탈피해 삼성전자의 색깔을 입힌 것이다. 행사장에는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 대표와 김현석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사장) 등 가전부문 최고경영자(CEO)가 총출동했다. 윤 대표는 “삼성과 데이코는 혁신을 통해 소비자에 프리미엄 가치를 전달하는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며 “모더니스트 컬렉션은 양사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시너지를 낸 첫 결실”이라고 말했다.

◆“M&A로 약점 보완”

삼성전자가 데이코를 인수한 것은 기술력만으론 미국 등 선진 빌트인 시장을 공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냉장고부터 쿡톱까지 수천만원을 들여 장만하는 빌트인 시장에서 오랜 기간 쌓인 명성을 뛰어넘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삼성전자는 부족한 부분을 M&A를 통해 적극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수한 비브랩스의 AI 플랫폼을 이달 말 공개할 예정인 갤럭시S8에 적용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80조원을 넘어선 사내 유보금을 활용해 삼성전자가 M&A를 통한 사업 역량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데이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 부흥 정책에도 보탬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올초부터 데이코의 로스앤젤레스(LA) 공장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데이코 제품 판매 증가에 맞춰 동남아시아 등지에 있는 가스레인지와 오븐 관련 제품 생산라인을 이곳으로 옮길 예정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