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종업원만 처벌 '억울' …"쌍벌죄 도입 등 법개정해야"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PC방과 술집 음식점 등을 몰래 드나드는 10대 청소년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경찰에 적발돼도 처벌은 업주와 종업원만 받는다는 점을 악용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어서다. 미성년자(만 19세 미만)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에 따라 오전 9시~오후 10시까지만 PC방에 출입할 수 있다. 위반하면 영업정지·과징금 등 행정처분 외에 형사처벌(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법을 어기는 청소년을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이렇다 보니 업주와 업소에 피해를 주려고 악의적으로 신고하는 청소년도 있다는 게 업주들의 하소연이다. 서울 도봉구의 한 PC방 업주 K씨는 얼마 전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었다. 고교생 이모군(17)이 몰래 밤 11시까지 남아있다가 “미성년자가 있다”며 스스로 경찰에 신고했다. “단골이니 이용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했지만 K씨가 거절하자 앙심을 품은 것이다.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남의 신분증으로 심야에 출입하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는 게 업주들의 설명이다. 서울 중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모씨(41)는 “심야에는 신분증 감별기를 쓴다”고 말했다. 그는 “미성년자와의 다툼이 싫어 성인 전용으로 전환하는 곳도 꽤 있다”고 전했다.
술집이나 음식점도 사정은 비슷하다.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이 업소에서 술을 사거나 마시더라도 업주만 처벌(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하도록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업체에 가서 술을 마신 뒤 신고하라’는 사주를 받거나 위조 신분증을 활용해 무전취식한 뒤 업주를 협박하는 청소년도 있다”고 말했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당장 법령개정이 어렵다면 학교 등에 통보해 잘못된 행동에 경각심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