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인상] 막 내리는 글로벌 초저금리…유럽·중국·일본 중앙은행도 '돈줄 죄기'
주요국 중앙은행도 미국 중앙은행(Fed)의 뒤를 이어 초저금리로 일관해온 기존 통화정책을 손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9일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자산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돈풀기) 규모를 다음달부터 월 800억유로에서 600억유로로 줄이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경기 부양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고 밝혀온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성명서에서 관련 문구를 약 1년 만에 뺐다.

ECB의 예치금 금리 연 -0.4%, 기준금리 연 0% 등 정책금리는 바뀌지 않았지만 통화정책 기조는 뚜렷이 달라졌다. ECB는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종전 1.3%에서 1.7%로 확 끌어올렸다. 드라기 총재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사라졌다”고 말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없음을 시사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긴축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로 다음날인 16일 역레포 금리를 0.1%포인트 인상해 돈줄 조이기에 나섰다. 역레포 금리란 인민은행이 채권을 담보로 잡고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공급할 때 적용하는 금리로 중국 내에선 사실상의 정책금리로 통한다.

인민은행은 이날 오전 공개시장조작에서 7일, 14일, 28일 만기 역레포 금리를 각각 연 2.45%, 2.60%, 2.75%로 0.1%포인트씩 인상했다. 인민은행은 2014년 11월 통화완화정책에 시동을 건 이후 올 2월 처음으로 역레포 금리를 인상했다. 통화완화에서 중립 혹은 긴축으로 가는 신호탄이었다.

일본은행(BOJ)도 추가 양적완화나 금리 인하는 더 이상 고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날 열린 금융정책회의에서 시중 금융회사가 맡긴 돈에 주는 당좌예금 금리를 연 -0.1%로 하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연 0% 수준으로 유도하는 기존 정책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월 0.1%(전년 동기 대비)로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목표로 하는 2%에는 한참 못 미친다. 미국이나 유럽보다 좀 더 오래 양적완화 정책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물가상승률이 앞으로 점진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 등을 종합하면 일본도 올해 중 장기 국채 금리 목표치를 올리는 등 완화조치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도쿄=서정환/베이징=김동윤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