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연구원들이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안내로봇(왼쪽)과 청소로봇을 테스트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LG전자 연구원들이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안내로봇(왼쪽)과 청소로봇을 테스트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13일 인천국제공항 1층 입국장에 흰색 로봇 두 대가 나타났다. 입국장에 있던 이용객 수백 명의 시선이 한군데로 집중됐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하며 손을 흔들고 말을 걸기도 했다. 이들 로봇의 정체는 LG전자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 청소로봇과 안내로봇이다. 로봇들은 어린아이처럼 연구원 손에 이끌려 공항 이곳저곳을 이동했다.

둥근 디자인에 눈에 잘 띄는 흰색

로봇들은 지난해 7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LG전자가 양해각서를 맺으면서 개발이 시작됐다. 인천국제공항에 지능형 로봇을 도입해 이용객 편의와 공항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LG전자 인텔리전스연구소 산하 로봇태스크팀이 개발을 맡았다. 지난달 21일부터 청소로봇 한 대와 안내로봇 두 대를 인천국제공항에서 공개 테스트하며 각종 기능을 보완하고 있다. 7월 시작되는 시범서비스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연말에 상용화된다.

전체적으로 둥근 디자인은 공항 이용객들에게 친숙함을 끌어내는 한편 사람이나 공항 집기와 부딪히더라도 충격을 최소화한다. 사람 눈에 잘 띄도록 하기 위해 외관은 흰색으로 칠했다.

7월부터 1층 입국장에 두 대, 3층 출국장에 세 대 배치되는 청소로봇은 초당 35㎝씩 이동해 네 시간이면 입국장과 출국장을 모두 훑을 수 있다.

안내로봇은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음성으로 인식해 질문에 맞는 답을 할 수 있다. 출국장에 세 대, 면세구역에 두 대가 배치돼 각 항공사 데스크, 탑승 게이트, 도착지 정보 등을 안내한다. 사각형 디스플레이는 정보를 제공하고 위쪽 둥근 디스플레이에 나타난 눈 모양은 계속 바뀌며 표정을 보여준다. 김형록 LG전자 책임연구원은 “이용자가 로봇을 마주하며 느끼는 정서적 거리를 줄이기 위해 로봇이 표정을 짓도록 했다”고 말했다.
‘길눈’ 밝고 서로 소통하는 로봇

현장 테스트에 들어간 로봇들은 실험실에선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문제에 부딪혔다. 넓은 유리창을 통해 쏟아지는 햇빛은 로봇의 장애물 인식 센서에 오류를 일으켰고, 안내로봇은 각종 소음 속에서 이용자의 음성만 구분해 인식하기 어려워했다. 기둥 뒤에서 튀어나오거나 로봇 쪽으로 다가와 부딪히는 사람들도 개발팀엔 해결해야 할 난제다.

손병권 LG전자 선임연구원은 “로봇을 테스트하다 보니 카트를 끌거나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이 공항에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100㎏이 넘는 로봇과 사람이 부딪히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개발팀은 로봇에 수십 개 센서를 설치해 다가오는 물체를 모두 식별토록 하고 피하기 어려우면 스스로 멈추도록 했다.

LG전자 로봇은 탑재된 카메라로 공항 천장과 벽을 관찰하며 공항 지리를 스스로 익힌 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한다. 김 연구원은 “공항에서 제공한 실내 지도를 입력하더라도 의자나 여행사 부스 등이 수시로 바뀌어 결국 로봇의 ‘길눈’이 밝아야 한다”며 “청소로봇들은 서로 소통하며 일손이 부족한 지역이 어디인지 판단하고 작업의 우선순위도 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로봇과 이들을 관리하는 관제시스템을 묶어 새로운 시장인 민간 로봇의 B2B 시장을 전자업계 최초로 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