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 "제도 정치권 아닌 시민이 얻어낸 승리…이제는 화합하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린 10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상당수는 ‘민심의 승리’를 자축하는 게시물이었지만 탄핵 심판을 앞두고 갈라진 국론을 봉합하자는 목소리도 많았다.

시민들은 이날 오전 일찍부터 직장, 가정, 상가 등에서 TV 앞을 서성이거나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며 헌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직장 동료나 동창 간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도 탄핵 심판 결과 예측으로 뜨거웠다.

오전 11시21분께 탄핵심판 결정문 요지를 읽어가던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입에서 마침내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최종결론)이 흘러나오자 네티즌은 키보드로 ‘축포’를 터뜨렸다.

탄핵 인용을 알린 한 기사에 네이버 아이디 croc***는 “이 땅에 민주주의의 꽃이 활짝 폈다. 이제 진짜 봄이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jasm***는 “추운 겨울 아이 데리고 광화문광장에 나갔던 시간이 자랑스럽다”고 썼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헌재 결정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비로소 광장에 봄이 당도했다”며 “우리는 한껏 고양된 시민정신으로 법과 상식의 민주주의를 수호했다”고 적었다.

소수 의견이 없는 전원일치 결정이 내려진 것에는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소설가 이외수 씨는 트위터에 “전원일치 탄핵 결정, 울었다”며 “멋진 대한민국, 끊임없이 눈물이 납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는 “제도 정치권이 아니라 시민이 얻어낸 승리라는 점이 중요하다”는 글이 ‘베스트오브베스트’(추천을 많이 받은 글 목록)에 올랐다. 글쓴이인 TEHANU★는 “우리는 서구권과 달리 시민사회에 승리의 경험이란 게 없어 ‘해봤자 안 될 거야’라는 패배의식이 만연해 있었다”며 “오늘의 승리는 시민에게 ‘우리 손으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고 썼다.

시민들은 자축 분위기에만 취해 있지는 않았다.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진 민심 통합에 매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네이버 아이디 kdjh***는 “태극기든 촛불이든 모두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의 권력을 행사하고, 통합 용서 치유의 길로 함께 가자”고 적었다. haha***도 “이정미 헌법재판관도 화합과 치유를 강조했다”며 “이제는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빨리 나라 살림 살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공감을 나타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 점심메뉴가 잔치국수, 저녁 메뉴는 찜닭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 사이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가 일제히 치킨집을 맛집으로 추천하고, 다음은 ‘오늘 딱 좋은 맛집 추천’ 코너에 잔치국수집을 소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