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건조기
LG전자 건조기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사내 판매 사이트가 건조기로 달아올랐다. 사내 판매는 자사 제품을 특가로 직원들에게 공급하는 이벤트다.

건조기 국내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는 시장조사를 겸해 연초부터 건조기를 사내 판매하고 있다. 반응이 뜨거워 세 차례까지 연장된 사내 판매에서 3000대가 소진됐다. 2차 판매는 20분 만에 마감됐고 3차 판매는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신청자가 몰렸다. 건조기 시장에 먼저 진출한 LG전자도 마찬가지다. LG전자 관계자는 “건조기를 장만하려는 직원들이 사내 판매 사이트에 몰리며 불과 몇 분 만에 준비한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고 말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일반 가정에선 생소했던 건조기가 가전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9일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1월 건조기 판매량은 작년 대비 8배, 2월 판매량은 15배 늘었다. 2015년과 비교하면 28배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단일 가전 품목의 판매량이 이처럼 가파르게 늘어난 것은 2000년대 초·중반 김치냉장고 이후 처음이다.

이 때문에 건조기를 생산하는 공장들은 때아닌 초과근무까지 하며 수요 맞추기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가전을 생산하는 경남 창원 공장에서 요즘 가장 높은 가동률을 자랑하는 곳이 건조기 공장”이라며 “지난해 판매량이 두 배 이상 늘어 생산라인을 증설했지만 수요를 따라가기 힘겨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건조기 판매 급증의 가장 큰 이유는 건조기 구매의 장애요인이던 전기료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열효율을 높인 히트펌프식 구조가 전기 건조기에 적용되며 전기료가 25%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기식 건조기는 가스식 건조기에 비해 설치가 간단하다는 이점도 있다.

여기에 계절적 요인도 더해졌다. 여름에 비해 세탁물을 말리기 어려워지는 겨울에 건조기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높아진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세탁기에서 마루까지 세탁물을 들고 옮기는 데 따른 불편은 물론 보기에도 좋지 않아 건조기 구매를 선택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1~2개월 내에 건조기 첫 제품을 국내시장에 내놓기로 해 관련 시장은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지난해 10만대였던 건조기 시장이 올해는 30만~40만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경목/박재원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