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항셍지수(HSI)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활용해 만든 상장지수펀드(ETF)를 들고 홍콩 시장을 공략한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중심지인 홍콩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금융상품이 먹힌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평가다. ETF가 금융수출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오는 14일 홍콩증시에 HSI와 HSCEI를 활용해 만든 레버리지(지수 변동폭의 두 배 추종)와 인버스(지수를 역방향으로 추종) 상품을 내놓는다. HSI는 홍콩 기업, HSCEI는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의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수다. 홍콩증시에 이 두 지수를 활용한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이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은 ETF가 발달하지 않은 시장으로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홍콩증시의 시가총액은 4924조원에 달하는 데 비해 ETF 시장은 43조원(0.87%)에 불과하다. 상장 종목의 숫자도 138개로 한국(256개)보다 적다.
3년 공 들인 삼성운용…'홍콩 ETF시장 상륙작전' 결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홍콩 상륙작전’ 선봉에 선 업체는 삼성자산운용이다. 이 회사는 국내 시장에서 ‘KODEX 레버리지’(코스피200지수 두 배 추종·시가총액 8270억원)와 ‘KODEX 인버스’(코스피200지수 역방향 추종·1조3343억원)를 히트시키며 선물과 연계한 ETF 시장을 이끌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홍콩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은 2014년이다. 당시 홍콩에 선물을 기반으로 한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이 없다는 점에 착안, HSI와 HSCEI를 레버리지와 인버스 형태로 만들겠다고 홍콩 증권감독위원회(증감회)에 제안했다.

증감회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한국에서의 운용 경험만으론 안정성을 신뢰하기 힘드니 시장 파장이 크지 않은 선물 연계 ETF를 먼저 상장해 테스트해 보자”는 말만 되풀이했다. HSI지수 선물과 연계한 ETF가 2015년 2월 상장된 배경이다. 삼성자산운용은 테스트 상품을 내놓은 이후에도 꾸준히 경력을 쌓아갔다. 지난해 4월엔 국제 유가를 추종하는 선물 ETF를 내놓았고 6월엔 한국 코스피200지수, 일본 토픽스지수와 연계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선보였다. 하나같이 ‘홍콩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는 상품들이다. 삼성자산운용이 선보인 상품들이 문제없이 사고팔린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증감회도 우호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증감회라는 산을 넘자 중국 업체들이 문제가 됐다. 특정 업체가 만든 상품을 단독상장시키는 것은 곤란하다는 여론이 거세진 것이다. 증감회는 중화권 업체들의 잇따른 불만제기를 수용했고 14일에 같은 상품을 삼성자산운용과 중국남방자산운용, 화샤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네 곳에서 내놓도록 허가했다.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ETF담당 전무는 “단독 최초 상장이 좌절된 것은 아쉽지만 공들였던 홍콩 시장에서 현지 대표지수와 연계한 ETF 시장을 열었다는 것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