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진정성의 가치 전하고 싶어요"
“독일 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가 쓴 장편소설 《개선문》의 주인공 라비크처럼 세상을 향한 진심을 가진 인물을 잘 표현한 소설을 좋아해요. 이번 소설집에 나오는 주인공들도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진정성 있게 살려고 애쓰는 사람들입니다.”

서양화가 황주리 씨(60·사진)가 두 번째 소설집 《한 번, 단 한 번, 단 한 사람을 위하여》(노란잠수함)를 냈다. 황씨는 7일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상에 진정성의 가치를 전하고 싶어 이번 책을 냈다”고 설명했다. 책 제목은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한 마디만 더’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는 “휴대폰으로 많은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도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냈는지 깜빡 잊는 게 요즘 시대”라며 “진심을 담은 브라우닝의 이 시 구절이 요즘 같은 시대에 의미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황씨는 첫 소설집 《그리고 사랑은》을 낸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쓴 단편소설 7편과 자신이 그린 그림을 이번 책에 담았다. 첫 소설집에서는 글을 먼저 쓴 뒤 이미지를 그렸지만 이번에는 순서를 바꿨다. 그림을 먼저 그린 뒤 화폭 뒤에 숨어 있을 법한 스토리를 상상해 소설로 풀었다.

책에 가장 먼저 실린 ‘불도그 편지’는 황씨가 그린 불도그 그림 38점을 토대로 했다. 그림 모델은 작가의 가족을 유난히 따랐고, 지금은 세상을 떠난 암컷 불도그다. 소설에는 이 불도그가 화자로 등장해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읊조린다. 소설 중간중간에 나오는 그림 속 불도그는 종 특성상 인상은 험상궂지만 행동은 착하고 우아하다. 꽃을 들고 있거나 바이올린을 켜고 때로는 주인과 함께 코냑을 마신다.

이번 소설집 표지는 두 종류다. 책 내용은 같지만 시각적인 면에서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표지 이미지는 모두 황 작가의 그림이다. 하나는 남녀가 꽃 속에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식물학’, 다른 하나는 입맞추는 남녀와 선인장을 함께 그린 ‘두 사람’이다. 식물학 표지는 색깔이 화려하고, 두 사람 표지는 흑백이다.

황씨는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탄 것처럼 모든 예술이 하나가 된 시대”라며 “세상에는 지녀야 할 생각과 버려야 할 생각이 있는데, 화가는 그림만 그려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