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때 진료 못받는다"…응급환자 울리는 응급실
늦은 밤 갑자기 열이 오른 두 살배기 아이를 안고 병원 응급실을 찾은 A씨. 접수 후 환자대기실에서 1시간 동안 기다려도 의사 얼굴은 볼 수 없었다. 한참이 지난 뒤 전공의로 보이는 젊은 의사가 찾아와 해열제를 투여하고 경과를 보자고 했다. A씨는 “아이는 칭얼대는데 의사는 오지 않아 답답하기만 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병원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여전히 긴 대기시간 때문에 불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전국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2016년 대국민 응급의료서비스 인지도 및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5명 중 2명은 긴 대기시간 때문에 응급의료서비스 이용이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최근 1년간 환자나 보호자로 응급실을 이용한 사람은 응답자의 25.9%(1297명)였다. 이 3명 중 1명은 수술이나 입원 등 추가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응급실에서 제시간에 진료를 받기는 쉽지 않았다. 2015년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따르면 중증 응급 환자가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대형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받으려면 14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응급의료서비스와 관련한 가장 큰 불만은 의사 면담이나 수술, 입원할 때까지의 긴 대기시간(41.2%)이었다. 비싼 응급실 진료비, 야간이나 휴일에 적절한 응급진료를 받을 수 없는 것도 불만이었다.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응급의료서비스의 질은 좋아지고 있지만 긴 대기시간 등으로 인해 국민 만족도가 높지 않은 편”이라며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기시간 문제를 제외하면 국내 응급의료시스템에 대한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이번 조사에서 국내 응급의료서비스를 신뢰한다고 답한 사람은 52.3%로 전년보다 5.0%포인트 증가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