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혁신의 길목에 선 우리의 자세"
21세기 우리 일상을 제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과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신도구와 앱이 지배하고 있다. PC 앞에 앉아 있던 사용자들은 이제는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디지털 유목민’처럼 시간·장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정보에 접근한다.

아우디의 자율주행자동차가 2015년 1월 880㎞ 상용 주행에 성공했고 현대자동차 제네시스는 고속도로에서 반자율주행이 가능한 상태까지 발전했다. 알파고 인공지능 체계가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해 인간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지던 바둑 세계를 단숨에 평정했다. 인공지능이 당장 인간을 파멸로 이끌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기보다는 그것을 잘 통제해 인간이 하기 힘든 일을 대신하게 하면서 인간은 더 창의적인 일에 나서면 된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언어의 견고한 바벨탑이 성능이 향상된 번역·통역 앱에 의해 모래탑처럼 무너지고 있다. 인간이 만든 언어의 장벽이 컴퓨팅 기술혁신으로 사라지는 모양새다. 타이핑의 고통도 사라지고 모든 앱에서 음성으로 입력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새로운 시도는 아홉 배나 힘이 든다고 한다. 다수의 사용자는 자기만의 ‘편견과 선입견’에 의해 새로운 혁신을 외면한다.

에버노트, 오피스렌즈, 구글포토, 네이버 파파고, 구글번역 등 혁신적 앱이 무료로 제공된다. 그럼에도 말과 글에 의지하는 현대인은 편견에 의해 사용하지 않는다. 클라우드 제품군은 보안을 이유로 꺼린다. 이런 각종 앱을 잘 활용하는 사용자는 3분의 1의 노력으로 5~10배의 생산성을 발휘한다. 같은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대부분 사용자는 전화기, 카카오톡, 검색기로만 사용하지만 소수는 외장 두뇌처럼 활용한다. 이런 디지털 환경과 유용한 도구 속에서도 진정한 경쟁력은 아날로그 지력(知力)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경쟁력을 키우는 요체는 ‘생각근육 키우기’다. 생각근육은 다양하고 폭넓은 독서, 꾸준한 글쓰기, 명상과 사고실험, 고수로부터 배우기 등에 달려 있다. ‘편견·선입견’이라는 두 마리 개는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한 마리 개로 물리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1월 부산법원장 자리를 떠나면서 주변의 많은 사람이 ‘일견’을 경험할 수 있도록 고별 강연을 했다. 많은 사람이 혁신에 대한 갈증을 푸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다. 혁신에 동참하는 것 자체가 ‘각자도생과 국력증진’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강민구 < 법원도서관장 fb.me/KANGMK7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