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준비 후 40초 내 스윙"…33년 만에 골프 규정 수술대 오른다
경기시간 단축용 규정
최대 타수도 설정 가능케 해…'홀아웃' 못 하면 다음 홀 이동
'쉬운 골프' 규정 개정
거리측정기 사용 전면 허용…깃대 꽂힌 상태서 퍼팅 가능
골프계 의견 수렴한 후 2019년부터 개정안 시행
철옹성 같았던 골프 규정들이 33년 만에 대거 손질된다. 규정을 관리하는 영국 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그동안 불합리한 것으로 비판받아온 규정을 현실에 맞춰 바꾸기로 하고 개정안을 미리 공개했다. 이 골프룰은 선수와 골프계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2019년 1월부터 시행된다.
◆‘느림보 골프’ 이제 그만
2일 공개된 R&A와 USGA의 개정안은 ‘쉽고 빠른’ 골프에 초점을 맞췄다. 선수들은 공을 치기 위해 샷 준비(자기 차례가 온 순간부터 시간 체크)했을 경우 40초 안에 공을 쳐야 한다. 퍼팅의 경우는 볼 자국이나 잔디 조각 등의 방해물을 정리하는 불가피한 행위가 끝나는 순간부터 40초 안에 스트로크해야 한다. 해저드나 깊은 숲 등으로 날아간 공을 찾는 시간도 현행 5분에서 3분으로 줄어든다.
선수들이 규정 타수보다 훨씬 많이 치는 이른바 ‘대형사고’도 줄어들 전망이다.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홀당 최대 타수를 정할 수 있게 규정을 바꿨기 때문이다. 예컨대 ‘쿼드러플 보기(규정 타수보다 4타 더 친 오버파)’로 최대 타수를 정할 경우 선수는 4오버파를 기록하는 순간 다음 홀로 이동해야 한다.
티샷을 하거나 퍼팅할 때 캐디가 선수 뒤에서 라인을 봐주는 것도 금지된다.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개정안도 공개됐다. 홀컵에서 거리가 먼 선수부터 샷을 하는 기존 경기룰을 준비된 선수부터로 바꾸겠다는 대목이다. 골프계에선 “빠른 경기 진행도 좋지만 선수와 선수 간 소통이 잘 안 될 경우 사고가 날 수도 있는 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수들 “바람직한 방향” 환영
골프를 쉽게 할 수 있는 규칙도 대거 도입된다. 출전 선수가 디지털 거리측정기나 보이스캐디 같은 전자기구를 사용할 수 있다. 현재도 해당 경기위원회가 쓸 수 있다고 규정하면 사용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쓸 수 없다’고 명시하지 않는 한 사용할 수 있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또 그린 위 다른 선수들이 남겨놓은 신발 자국이나 동물이 남겨놓은 흔적을 정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공이 떨어지면서 생긴 볼마크의 경우에만 수리가 허용됐다. 그린이나 필드에서 공이 움직였을 경우 선수가 원인 제공(고의 여부와 상관없이)한 확률이 95% 이상 확실하지 않을 경우에도 벌타를 매기지 않는다. 사실상 웬만하면 벌타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다. 공을 드롭할 때 어깨높이에서 하도록 한 조항도 사실상 폐지된다. R&A 측은 “1인치 이상만 들면 공을 드롭할 수 있게 규정을 바꿨다”고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은 1984년 골프규정이 대폭 변경된 이후 최대 규모라는 게 R&A 측 설명이다. 데이비드 릭먼 R&A 이사는 “달라진 시대 변화와 가치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은 “공을 의도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는데 벌타를 받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었다”며 “바뀐 규정안 중 일부는 좋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열린 메이저대회 US오픈 우승자인 존슨은 4라운드 5번홀에서 퍼팅 직전 공이 움직이는 바람에 뒤늦게 1벌타를 받아 압박감 속에 경기를 해야 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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