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피하기' 꼼수?…법인카드로 상품권 구입 급증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지난해 9월 시행된 이후 법인카드로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한 금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선물 배송기록이 남는 육류나 과일세트 대신 추적이 힘든 상품권 구매가 늘어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8일 카드업계와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백화점 상품권 구매 때 법인카드를 사용한 현황을 파악한 결과 구매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법인카드 전체 증가율(6.9%)과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높다. 이 기간 개인 신용카드로 결제한 백화점 상품권 구매액 증가율은 1.5%에 그쳤다. 지난 설 연휴 기간에도 현대·롯데·신세계 등 주요 3대 백화점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최대 9%까지 감소했지만 상품권 매출은 10%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업계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접대비 결제 때 법인카드 사용이 예전에 비해 어려워지자 액면가의 95% 이상을 현금화할 수 있고 누가 어떻게 쓰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상품권 구입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법인카드는 개인 신용카드(한도 100만원)와 달리 상품권 구입 한도가 없기 때문에 사용처만 확보되면 얼마든지 구매를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