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리포트] 新 재테크로 떠오른 베트남 아파트, 그들만의 독특한 주거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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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기후 특성, 바람 잘 통하는 1층(G층) 선호
프랑스 식민지배 영향, ‘로망’은 유럽식 단독주택
최근 들어 고소득층 아파트 선호 현상 나타나
홍콩,대만,싱가포르의 아파트 문화와 닮아
프랑스 식민지배 영향, ‘로망’은 유럽식 단독주택
최근 들어 고소득층 아파트 선호 현상 나타나
홍콩,대만,싱가포르의 아파트 문화와 닮아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은 여전히 유럽식 주거 문화를 갖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의 ‘로망’은 여전히 발코니를 갖춘 유럽식 단독 석조 건물이다. 하지만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아파트가 새로운 주거 형태로 떠올랐다. 고가의 아파트들은 투자 대상으로도 부상했다.
베트남 현지에서 건축 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는 손성찬 ADU(Architecture Design Urban) 대표(사진)가 분석한 베트남 아파트 문화의 특징을 소개한다. 손 대표는 “바람이 잘 통하는 1층(G층)이 인기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주로 남향인 지 여부 등 햇볕을 중시하고, 고층을 선호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손 대표는 2007년 스페인 왕립 가우디 연구소 연구원과 바르셀로나 건축사무소의 디자이너로 재직했다. 콜롬비아, 안도라, 캄보디아, 태국에서 학교, 병원, 공공기관의 설계를 맡기도 했다. 한동대학교 공간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해 스페인 까딸루냐 공대에서 조경디자인 석·박사 통합과정을 수료했다.
아파트는 19세기 유럽에선 ‘슬럼’의 상징이었다. 이민자나 저소득층의 주거지가 주로 아파트였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파트가 유별나게 사랑 받는 주거 문화로 자리잡았다. 중산층은 물론 부유층도 선호하는 주거형태로 발전했다.
아파트의 발달은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였다. 정부는 1970년대부터 강력한 경제개발 정책을 시행했다. 그 중 하나가 건설이었다. 건설 회사들은 이런 흐름에 빠르게 합류했다. 여기에 고층 아파트는 대중들의 신분 상승 욕구를 투영하는 상징물로 떠올랐다. 시세차익을 보장해주는 분양가 통제 시스템까지 맞물려 어느새 아파트는 투기의 대상이 되면서 한국 사회 전역을 뒤덮었다.
한국에서 아파트란 단순히 주거의 공간만이 아닌 재테크의 수단이다. 아파트 중심의 주거형태는 장기 거주보다는 빨리 집을 팔고 집값이 더 오를 곳으로 옮기는 유목민적 특성을 띠게 된다.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처럼 표준화된 평면을 갖게 됬으며, 가격 정보도 수시로 공개돼 환금성이 뛰어나다.
그렇다면 베트남에서 아파트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최근 한국 건설사들이 베트남에 앞다퉈 아파트를 지으면서 베트남 역시 한국형 아파트 개발이 주류라고 생각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엔 약간의 오해가 있다. 한국보다는 주변 국가인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형 아파트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는 얘기다.
홍콩이나 대만은 인구 밀도가 서울보다 높고 개발이 가능한 부지는 매우 좁다. 이 때문에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가 한국과는 다르다. 사람들의 필요를 어떻게 좁은 부지 안에 최대한 녹여냈는 지가 중요하다. 해안가에 가까운지, 어떤 조망을 가졌는지도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베트남에서도 마찬가로 주민 편의 시설과 조망이 아파트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여기에 우리와는 다른 기후 요건을 감안해야 한다. 연중 습도가 높은 열대 기후이다보니 바람에 면하는 부분이 많아야 수요가 많다. 베트남의 아파트가 발코니나 창문을 돌출시키거나 꺾인 부분이 많은 입체적인 입면을 갖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철저한 멤버십 중심이라는 점도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과 비슷한 점이다. 가까운 친인척도 철저한 신분확인을 거칠 만큼 보안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단지가 가지는 각종 편의시설도 입주자들에게만 제공함으로써 입주민에게 특별함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부 공간을 더 넓게 쓰기 위해 벽을 틔우거나 위,아래를 틔워 사용하는 베트남 사람들도 최근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아파트 개발사들은 상품에 복층 유닛을 추가하거나 bare-shell(마감 공사를 하지 않고 개별 취향대로 디자인을 바꿀수 있는 상품) 분양 방식을 많이 선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베트남의 고급 아파트는 한국의 주상 복합과 마찬가지로 아파트 저층부를 입주민을 위한 공용 공간으로 활용 할 수 있는 포디움(마트나 쇼핑몰로 이용되는 공간)으로 개발한다. 이 포디움 층을 통해서 입주민이 필요로 하게 되는 다양한 요소를 충족시킨다. 때로는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멤버십 개념의 클럽 하우스를 갖기도 한다. 중저가 아파트는 1층 부분이 샾하우스라 불리며 편의점이나 부동산 중개사무소 등 개별 상업시설로 이용된다. 한국이 저층부 분양에 어려움이 많아 특화 설계를 하는 반면 베트남은 1층(G층)이 상업시설로 사용될 수 있어 가장 비싸게 분양된다.
아직은 대가족 중심의 생활을 유지하는 베트남 사람들은 비교적 아파트 보다는 단독빌라나 타운 하우스를 선호한다. 하지만 최근들어 베트남은 평균나이 29세의 젊은 국가로 성장하고 있고 k-pop, 드라마 등의 한류등 외국 문화의 유입과 더불어 싱가포르, 홍콩, 대만, 한국 등 외국계 부동산 회사의 베트남 진출 등으로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손성찬 < ADU 대표 >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베트남 현지에서 건축 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는 손성찬 ADU(Architecture Design Urban) 대표(사진)가 분석한 베트남 아파트 문화의 특징을 소개한다. 손 대표는 “바람이 잘 통하는 1층(G층)이 인기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주로 남향인 지 여부 등 햇볕을 중시하고, 고층을 선호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손 대표는 2007년 스페인 왕립 가우디 연구소 연구원과 바르셀로나 건축사무소의 디자이너로 재직했다. 콜롬비아, 안도라, 캄보디아, 태국에서 학교, 병원, 공공기관의 설계를 맡기도 했다. 한동대학교 공간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해 스페인 까딸루냐 공대에서 조경디자인 석·박사 통합과정을 수료했다.
아파트는 19세기 유럽에선 ‘슬럼’의 상징이었다. 이민자나 저소득층의 주거지가 주로 아파트였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파트가 유별나게 사랑 받는 주거 문화로 자리잡았다. 중산층은 물론 부유층도 선호하는 주거형태로 발전했다.
아파트의 발달은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였다. 정부는 1970년대부터 강력한 경제개발 정책을 시행했다. 그 중 하나가 건설이었다. 건설 회사들은 이런 흐름에 빠르게 합류했다. 여기에 고층 아파트는 대중들의 신분 상승 욕구를 투영하는 상징물로 떠올랐다. 시세차익을 보장해주는 분양가 통제 시스템까지 맞물려 어느새 아파트는 투기의 대상이 되면서 한국 사회 전역을 뒤덮었다.
한국에서 아파트란 단순히 주거의 공간만이 아닌 재테크의 수단이다. 아파트 중심의 주거형태는 장기 거주보다는 빨리 집을 팔고 집값이 더 오를 곳으로 옮기는 유목민적 특성을 띠게 된다.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처럼 표준화된 평면을 갖게 됬으며, 가격 정보도 수시로 공개돼 환금성이 뛰어나다.
그렇다면 베트남에서 아파트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최근 한국 건설사들이 베트남에 앞다퉈 아파트를 지으면서 베트남 역시 한국형 아파트 개발이 주류라고 생각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엔 약간의 오해가 있다. 한국보다는 주변 국가인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형 아파트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는 얘기다.
홍콩이나 대만은 인구 밀도가 서울보다 높고 개발이 가능한 부지는 매우 좁다. 이 때문에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가 한국과는 다르다. 사람들의 필요를 어떻게 좁은 부지 안에 최대한 녹여냈는 지가 중요하다. 해안가에 가까운지, 어떤 조망을 가졌는지도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베트남에서도 마찬가로 주민 편의 시설과 조망이 아파트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여기에 우리와는 다른 기후 요건을 감안해야 한다. 연중 습도가 높은 열대 기후이다보니 바람에 면하는 부분이 많아야 수요가 많다. 베트남의 아파트가 발코니나 창문을 돌출시키거나 꺾인 부분이 많은 입체적인 입면을 갖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철저한 멤버십 중심이라는 점도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과 비슷한 점이다. 가까운 친인척도 철저한 신분확인을 거칠 만큼 보안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단지가 가지는 각종 편의시설도 입주자들에게만 제공함으로써 입주민에게 특별함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부 공간을 더 넓게 쓰기 위해 벽을 틔우거나 위,아래를 틔워 사용하는 베트남 사람들도 최근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아파트 개발사들은 상품에 복층 유닛을 추가하거나 bare-shell(마감 공사를 하지 않고 개별 취향대로 디자인을 바꿀수 있는 상품) 분양 방식을 많이 선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베트남의 고급 아파트는 한국의 주상 복합과 마찬가지로 아파트 저층부를 입주민을 위한 공용 공간으로 활용 할 수 있는 포디움(마트나 쇼핑몰로 이용되는 공간)으로 개발한다. 이 포디움 층을 통해서 입주민이 필요로 하게 되는 다양한 요소를 충족시킨다. 때로는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멤버십 개념의 클럽 하우스를 갖기도 한다. 중저가 아파트는 1층 부분이 샾하우스라 불리며 편의점이나 부동산 중개사무소 등 개별 상업시설로 이용된다. 한국이 저층부 분양에 어려움이 많아 특화 설계를 하는 반면 베트남은 1층(G층)이 상업시설로 사용될 수 있어 가장 비싸게 분양된다.
아직은 대가족 중심의 생활을 유지하는 베트남 사람들은 비교적 아파트 보다는 단독빌라나 타운 하우스를 선호한다. 하지만 최근들어 베트남은 평균나이 29세의 젊은 국가로 성장하고 있고 k-pop, 드라마 등의 한류등 외국 문화의 유입과 더불어 싱가포르, 홍콩, 대만, 한국 등 외국계 부동산 회사의 베트남 진출 등으로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손성찬 < ADU 대표 >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