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조사 없이 추가지원 결정 의혹…시민단체·금소원 고발

대우조선해양을 부실하게 관리·감독하고 거액을 대출해 수조원대의 손실을 낸 혐의 등으로 고발된 홍기택(65) 전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27일 오후 1시 30분께 검찰에 출석했다.

대우조선해양 경영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날 홍 전 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검찰은 홍 전 회장을 상대로 대우조선의 회계사기 사실을 알고도 눈감았던 것인지, 대우조선 추가 자금 지원이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된 것인지 등을 캐물었다.

홍 전 회장은 2013년 4월부터 작년 2월까지 산업은행 회장을 맡았다.

검찰 등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2013∼2014년 재무분석 미실시 등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해 대우조선의 천문학적인 부실을 방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5년 10월 산은이 제대로 된 조사 없이 비공개 경제현안회의인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이뤄진 일방적 결정에 따라 대우조선에 4조2천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는 의혹도 있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이 모인 회의에서 대우조선 지원안이 확정됐다는 것이다.

작년 6월 홍 전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산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와 민주노총은 작년 6월 "여신 업무를 하면서 '재무 이상치 분석' 등 기본적인 기업 재무상태 점검도 하지 않고 대우조선에 대출해 산은에 2015년 6월까지 최소 2조 728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홍 전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같은 해 9월에는 금융소비자원이 홍 전 회장을 직무유기·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금소원은 "국책은행장으로서 대우조선 등 부실기업에 대한 관리 책임을 적절히 수행하기보다는 부실을 은폐해 국가적인 피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홍 전 회장은 같은 달 여야 3당으로부터 조선·해운 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주소 불명'이라는 이유로 불출석해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검찰은 그동안 경영비리·회계사기를 저지른 혐의 등으로 남상태·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을 구속기소 했다.

회계사기를 방조한 혐의로 안진 회계법인과 소속 회계사 4명도 재판에 넘겼다.

산은의 부실관리·감독 부분도 수사해온 검찰은 홍 전 회장의 전임인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도 비리를 눈감아주고 지인 회사에 투자를 강요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했다.

홍 전 회장의 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 수사가 대우조선의 공적 자금 투입 결정 과정에서 정부의 부당 개입 의혹으로 뻗어 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bo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