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27일 서울 서초동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출석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27일 서울 서초동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출석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부실 대출로 산업은행에 2조원 이상의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로 참여연대 등에 의해 고발돼 27일 검찰에 출석했다. 홍 전 회장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6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직을 돌연 휴직한 이후 8개월 만이다. 홍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AIIB 부총재직에서도 해임됐다.

대우조선 경영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날 홍 전 회장을 참여연대 등이 고발한 사건의 피고발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홍 전 회장은 소환 예정 시간인 오후 2시보다 30분 일찍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나타났으나 기자들의 질문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홍 전 회장이 그동안 미국 등에서 머물다 이달 중순 귀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산업은행 회장에서 물러난 직후 AIIB 부총재로 부임한 홍 전 회장은 6월 돌연 휴직한 뒤 모습을 감췄다. 그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15년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 지원을 결정한 것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산업은행을 압박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감사원이 홍 전 회장에 대해 대우조선 부실 관리 책임을 물은 감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였다. 홍 전 회장은 지난해 9월 국회 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와 10월 금융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 연이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감사원 감사 결과 등을 근거로 지난해 6월 말 홍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참여연대의 고발 내용 등을 바탕으로 산업은행이 홍 전 회장 재직 시절 대우조선에 대해 재무상태 분석을 하지 않고 2조원 이상의 자금을 빌려준 이유 등을 집중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우조선 대출 과정에 외압이 있었는지도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김일규/박한신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