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방식 정당화" 지적도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집회시위 인원 산정방법의 적정성에 대한 연구’ 용역을 입찰공고했다. 용역비는 2300만원이다.
지난해 10월 말 촛불 집회가 시작된 이후 페르미 추정법을 둘러싼 정확성 논란은 반복됐다. 지난해 11월12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 집회 참가자 수를 주최 측은 100만명으로 추산한 반면 경찰은 26만명으로 계산했다. 주최 측은 집회에 다녀간 사람을 모두 합해 누적 인원을 계산하고 경찰은 특정 시점에 모인 인원을 추산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격차가 너무 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경찰은 논란이 일자 지난달 중순부터 집회 인원 추산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달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누구라도 지금보다 더 좋은 방법을 제안하면 그렇게 하겠다”며 “연구용역이라도 맡기겠다”고 말했다.
학계에선 ‘답이 정해진 연구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구용역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용역의 초점이 페르미 추정법의 정확성·신뢰성을 검증하는 데 맞춰져 있어서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인원 추정법을 연구 중인 한 대학교수는 “사업계획서를 보면 새로운 추정법을 개발할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기존 방식을 정당화하기 위한 연구용역 같아 지원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현 방식을 고수하기 위해 ‘꼼수 용역’을 발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청 관계자는 “새로운 추정법을 개발하는 별도의 연구사업도 내부 검토를 거쳐 7~8월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페르미 추정법
일정 면적 안에 있는 사람의 수를 센 뒤 이를 대상 지역 면적에 비례해 전체 인원을 추산하는 방법. 3.3㎡를 기준으로 사람들이 앉아 있으면 5~6명, 서 있으면 9~10명으로 계산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