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법률의견서 쓰기
사회가 복잡 다양해지면서 변호사의 역할도 많이 변했다.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계약을 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단계에 분쟁 예방적 차원에서 또는 보다 분명한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해 미리 변호사에게 법률검토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로펌들의 업무 분야도 크게 분류하면 ‘송무’와 ‘자문’으로 나뉜다.

개인이나 기업을 위한 자문을 하는 변호사의 일반적인 업무는 고객으로부터 자문 의뢰를 받고, 그 의뢰받은 사안에 대해 법률검토를 한 후, 법률의견을 회신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의견 회신은 서면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자문변호사들의 업무 중 서면 의견서 작성은 하루 일과의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의견서를 작성할 때는 쟁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그에 대한 명확한 법률 판단을 해 고객의 질문에 답을 제공해야 한다.

변호사는 통상 자신은 법률전문가로서 충분히 이해하는 법률용어와 법 이론을 사용해 의견서를 작성한다. 그런데 법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이런 의견서를 읽으면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때론 주어진 상황에 대해 명확한 법 해석이나 판례가 없어서 견해가 나뉜다는 설명만 할 뿐, 고객은 그런 상황에서 어찌해야 하는지에 관한 답변이 없는 경우도 있다.

법률의견서는 작성한 변호사뿐 아니라 자문을 의뢰한 고객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의견서에 사용하는 용어도 그 의미를 풀어서 법을 공부하지 않은 고객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한 말로 설명해야 한다.

법률의견서는 또한 법원의 판결문 또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학술 논문과는 다르다. 복잡한 법률 이론이나 학설의 검토가 아니라, 그런 이론과 학설을 적용해 고객이 알아야 하고 취해야 할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조치에 관한 현실적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다수설’과 ‘소수설’ 또는 ‘갑설’이나 ‘을설’이 있음을 설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고객의 경우에는 어떤 법 이론 또는 학설에 근거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보다 합당한지에 관한 구체적인 의견이 포함돼야 한다. 고객은 자신에게 자문을 제공하는 변호사에게 그런 의견서를 제공해 줄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박상일 <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sipark@hmplaw.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