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수주절벽’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추진 중인 비(非)조선 사업 부문 분사 방안이 지방자치단체와 노동조합 반발에 부딪혔다. 노조는 10년 만에 전면 파업을 준비 중이다. 지자체까지 ‘탈(脫)울산’을 막기 위해 사측을 압박하는 데 가세했다. 분사가 최종 확정되는 오는 27일 현대중공업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측과 노조, 지자체 간 갈등이 더 확산될 전망이다.
이번엔 울산…지자체·노조에 멍드는 현대중공업
◆노조·지자체 ‘분사 반대’ 압박

금속노조는 21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중공업지부, 현대자동차지부 등 3개 지부가 현대중공업 분사 추진에 공동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속노조는 “분사 방안이 주총을 통과하면 조합원들의 고용 불안, 임금 삭감, 근로 조건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지역사회와도 연대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분사를 막기 위해 오는 23일과 24일, 27일에 여덟 시간씩 전면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전면 파업에 나서는 것은 1997년 이후 10년 만이다.

울산 지자체도 사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권명호 울산 동구청장과 시·구의원, 시민사회단체 등은 전날 “현대중공업이 사업 부문을 분할하면 인력 유출로 인해 지역 공동화가 가속화된다”고 항의하며 삭발식을 했다. 김기현 울산시장도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을 만나 지역 일자리 감소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수주가뭄’이 지속되면서 차입금 축소 및 사업 부문별 경영 효율화를 위해 분사를 추진한 현대중공업은 자칫 구조조정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27일 주총을 통해 △조선·해양·엔진(존속법인 현대중공업) △전기전자(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 △건설장비(현대건설기계) △로봇(현대로보틱스) 등 4개 회사로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수도권 영업이 많은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와 현대건설기계 본사는 서울로 이전하기로 했고, 현대로보틱스는 공장이 있는 대구로 본사를 옮길 예정이다.

◆“본사 이전 인력에 따른 이탈 미미”

현대중공업은 이번 분사로 인력 감축이나 울산 지역 일자리 감소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본사를 이전하는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와 현대건설기계는 기존 서울사무소 기능을 본사로 바꾼 것에 불과하고, 기존 생산인력은 공장이 있는 울산에 대부분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울산에 근무하는 직원 수는 2015년 말 대비 373명 늘게 된다”며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유입되는 인구를 합치면 울산 유입 인구는 1000여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는 인력 유출이 아닌 본사 이전에 따른 세수 감소를 우려해 지자체가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군산조선소 가동과 분사 문제로 전라북도와 군산시, 울산시 등과 잇따라 갈등을 빚으면서 기업 경영에 지자체가 과도하게 간섭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지자체가 단기적 시각으로 기업의 투자나 구조조정에 간섭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론 손해”라며 “기업과 갈등을 빚은 지자체에 앞으로 누가 대규모 투자를 하려고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