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지 못한 '풍선효과'…가계빚 1344조
가계 부채가 계속 불어나 작년 말 1300조원을 돌파했다.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4분기에만 47조원 급증했다. 정부가 가계빚 대책을 시행했지만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 효과’까지 막지는 못했다.

◆4분기 증가폭은 사상 최대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344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말(1296조6000억원)보다 47조7000억원(3.7%) 증가했다. 분기별 증가폭은 관련 통계를 낸 2002년 이후 가장 컸다. 연간 기준으로도 141조2000억원(11.7%) 급증해 최대 증가액을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은행과 새마을금고, 대부업체 등에서 가계가 받은 대출뿐만 아니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아우른다. 한은이 지난해까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연 1.25%)까지 내리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졌다.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주택담보대출 수요도 커졌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4분기 말 617조4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13조5000억원(2.2%) 증가했다. 3분기(17조2000억원)보다 증가 속도는 느려졌다.

이상용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은행들이 리스크(위험) 관리를 강화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작년 2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서 소득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수도권에 도입한 뒤 5월 전국으로 확대했다.

◆국민 1인당 빚 2613만원

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한 가계는 제2금융권으로 몰렸다. 상호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4분기 말 291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3조5000억원 늘었다. 3분기(11조1000억원)를 크게 웃도는 증가폭이다. 연간 증가액은 42조6000억원(17.1%)에 달해 사상 최대였다.

보험과 연기금, 카드사 등 기타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362조9000억원으로 4분기에 15조9000억원 증가했다.

가계부채를 통계청 추계인구(5144만6000명)로 나누면 1인당 평균 2613만원의 빚을 진 셈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본격화한 데다 예금 금리도 뛰고 있어 빚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가계소득 증가세가 이를 따라잡지 못해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