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이병헌,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 오정민 기자 ] 영화 '마스터', '내부자들' 등에서 선굵은 연기를 펼친 이병헌이 16년 만에 멜로영화 주연을 맡아 극장가를 찾는다.

영화 '싱글라이더' 개봉을 하루 앞둔 21일 서울 소격동 카페에서 만난 이병헌은 "'싱글라이더'는 목말랐던 장르의 운명같은 영화였다"며 "완성도가 훌륭한 각본을 찾았을 때의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싱글라이더'는 안정된 삶을 살던 증권사 지점장 강재훈(이병헌 분)이 부실 채권사건을 계기로 모든 것을 잃은 후 가족이 있는 호주를 찾아 본인의 삶의 진실을 알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목인 싱글라이더는 일인 탑승객, 즉 홀로 떠난 여행객을 뜻한다. 이병헌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2001년작) 이후 16년 만에 멜로영화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이병헌의 영화'란 평가를 받을 정도로 90%의 분량을 홀로 이끌어 나간다. 이병헌은 특유의 섬세한 감정연기로 강재훈의 심리를 관객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병헌은 연출을 맡은 이주영 감독과의 사전 상의 및 모니터링을 통해 강재훈의 감정의 결을 표현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완성도가 높기로 소문이 났던 각본인 만큼 영화의 완성도도 높았다고 전했다.

그는 "대사가 많지 않아 비슷비슷한 감정을 미묘하게 결이 다르게 한 표정에 담아내는데 신경을 썼다"며 "각본을 읽으면서 예상한 그대로가 완성된 영화와 크게 차이가 없을 정도로 비슷하게 나왔다"고 만족을 표했다.

이병헌은 본인이 맡은 강재훈이란 인물에 대해 "처연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강재훈과 이병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는 '거대한 상황 쪽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모이는 점'을 꼽았다.

그는 "강재훈은 극 초반 우울증이 갑자기 깊어져 무표정하게 걸어다니는 좀비같은 분위기였다"며 "(감당하기 어려운) 큰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인물이란 점은 (나와) 비슷한 것 같다"고 전했다.

감정 몰입이 많이 됐던 장면으로는 본인이 3살 된 아들을 둔 만큼 아이와 관련된 장면들을 꼽았다.

그는 "(강재훈이) 아이가 아파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 말을 거는 장면, 밤에 침대에서 같이 누워있던 장면 등이 굉장히 울컥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국내 영화시장의 액션 및 범죄물 유행으로 제한된 장르의 영화를 찍을 수 밖에 없었지만 오랜만에 감성 연기를 하게 됐다는 사정도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한국 극장가에) 좀 더 다양한 장르가 많았는데 (예전같은) 상황이 왔으면 좋겠다"면서 "배우들이 다양한 모습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일 뿐 아니라 관객이 다양한 장르를 접하게 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병헌은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은 목표를 두고 앞만 보며 살아가다 보면 정작 주변의 작은 행복, 또는 가장 소중한 것들을 놓치게 된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싱글라이더'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워너브러더스가 '밀정'에 이어 선보이는 두 번째 작품이란 점에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주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오는 22일 개봉한다.
이병헌,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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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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