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늦은 밤 '치맥' 치질 부른다
직장인 윤모씨(33)는 계속되는 야근 때문에 저녁 식사를 거르고 밤 10시를 넘겨 귀가하기 일쑤다. 집에 와 허기지면 야식으로 ‘치맥(치킨+맥주)’을 먹는 날이 많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야식을 먹고 난 다음날 볼일을 볼 때면 항문에서 피가 났다.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느껴졌다. 병원을 찾은 윤씨는 잦은 야식으로 항문 주변에 혈전이 뭉쳐 ‘급성 혈전성 치핵’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늦은 밤 야식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이 중에는 아침은 거의 먹지 않고 야식으로 하루 섭취 칼로리의 50% 이상을 섭취하는 사람도 있다. 야식을 끊지 못하는 ‘야식증후군’ 단계에 이른 사람이다. 밤에 음식을 먹으면 신진대사가 불균형해진다. 비만이나 소화기 질환이 생기기 쉽고 변비 치질 등 항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야식 단골 메뉴인 치킨 피자 족발 등은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이다. 이런 음식을 먹고 바로 자면 소화나 혈액순환 장애가 생기기 쉽다. 소화불량과 변비 때문에 치열이 생기거나 정맥이 확장돼 급성 혈전성 치핵이 발생하기도 한다. 잦은 야식 때문에 생길 수 있는 항문 질환의 종류와 항문 건강 관리법을 알아봤다.

◆‘치맥’, 항문 건강 해쳐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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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으로 즐겨 찾는 치킨과 맥주는 ‘치맥’이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하지만 자주 섭취하면 치질이 생길 수 있다. 치질은 정맥 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혈관이 확장되고 혈관벽이 약해진 상태에서 생기는 질환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긴다. 이 상태에서 맥주를 자주 마시면 항문 주변 혈관이 확장된다. 간에서 알코올을 해독하는 동안 모세혈관 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항문 주변 혈관에 피가 고인다. 이렇게 고인 혈액이 응고되면 ‘급성 혈전성 치핵’이 생길 수 있다.

맥주와 함께 먹는 기름진 치킨으로 인해 변비와 설사가 생길 수도 있다. 항문을 자극해 치질 증상이 심해진다. 설사에는 분해되지 않은 소화액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이 항문과 항문 점막을 손상할 수 있다. 고지방 식품을 자주 먹으면 변비가 심해져 항문 조직이 부풀어 튀어나오는 치핵과 항문 점막이 찢어지는 치열이 생길 수 있다.

민상진 메디힐병원장은 “치킨과 맥주는 치질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뇌출혈 대사증후군 협심증 등 심각한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과도한 섭취는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일 야식증후군으로 배가 고파 잠들기 어렵다면 따뜻한 우유 한 잔이나 바나나, 두부 등 건강하고 가벼운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고 포만감을 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규칙적 아침 식사로 예방

야식증후군을 겪는 사람은 아침 점심을 거르거나 아침 점심을 적게 먹고 저녁에 폭식하는 일이 많다. 폭식을 한 뒤 열량을 소비하지 않은 채 잠들기 때문에 대장 운동이 원활하지 못하다. 변비 치질 등의 항문질환을 예방하려면 식사를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아침 식사는 최대한 챙겨 먹고 점심에는 탄수화물이 든 음식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 배변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아침잠에서 깬 직후와 아침식사 후다. 아침식사를 챙기면 변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자기 전 온수 좌욕도 좋다. 항문을 조이는 근육이 이완돼 압력이 낮아지고 괄약근 주변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 좌욕을 할 때는 좌욕기나 샤워기처럼 거품을 통해 항문 주변을 마사지할 수 있는 기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대야나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단순히 엉덩이만 담그고 있으면 오히려 혈관의 압력이 증가할 수 있다. 민 원장은 “물살이 세지 않도록 샤워기를 조정한 뒤 체온과 비슷한 37~38도 온도로 3분 정도 항문 주변을 마사지하면 치질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좌욕한 뒤에는 물기가 없도록 말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치질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