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중심병원을 가다] "줄기세포·유전체 분석 연구로 진료의 패러다임 바꾸겠다"
“줄기세포를 비롯한 재생의학 연구와 유전체 분석 연구죠.”

임영혁 삼성서울병원 연구부원장(사진)은 삼성서울병원의 중점 연구분야 두 가지만 꼽아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두 분야가 차세대 첨단의학을 이끌어나갈 분야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줄기세포 연구로 난치병 치료의 길이 열리고 유전체 분석 연구로 유전적 특성이 다른 암환자에게 적합한 표적항암제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 부원장은 “연구 인프라만큼은 삼성서울병원이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2013년 연구중심병원 지정 이후 착공에 들어간 미래의학관을 지난해 6월 열었다. 이곳은 1만9180㎡ 규모에 유전체 기반 맞춤의학, 줄기세포 재생의학, 바이오뱅크 등 첨단의학을 연구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미래의학관 개관으로 삼성서울병원의 연구 공간은 두 배가량 커졌다.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소가 들어선 이 건물 지하 3층에는 GMP 인증을 받은 시설이 있다. GMP 인증이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련한 우수의약품 생산 기준으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가 임상시험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빼놓을 수 없는 인증이다. 이곳에서는 무균처리된 4개의 방에서 동시에 각각 다른 종류의 줄기세포 연구가 가능하다. 병원 소속 연구자뿐만 아니라 외부 연구자들도 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 임상연구에 활용할 생체조직을 저장하는 질소저장탱크도 10대가량 된다. 임 부원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줄기세포 시생산에 들어갔다”며 “임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다음달 식약처에 허가 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전체 분석 연구는 박웅양 삼성유전체연구소 소장을 필두로 이뤄지고 있다. 삼성유전체연구소는 삼성서울병원이 전폭적으로 지원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 다른 대학병원은 한 대 들여놓을까 말까 한 유전체 분석 기계를 여덟 대나 갖췄으며 분석 결과를 분석하는 전문연구 인력도 상주해 있다. 임 부원장은 “유전체 분석은 기계나 시약도 필요하지만 기계가 읽어낸 내용을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삼성유전체연구소에는 의사, 생물학이나 공학 등을 전공한 박사 등 수십 명의 연구 인력이 있다”고 말했다.

임 부원장은 “일선에서 직접 환자들을 진료하는 임상의사야말로 환자에게 필요한 게 뭔지 알 수 있다”며 “줄기세포 연구, 유전체 분석 연구 등을 통해 진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며 연구중심병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예컨대 줄기세포 연구가 더 진행되면 치료 방법이 많지 않은 소아난치병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상연구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거나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사업화도 하고 있다.

임 부원장은 “연구자들이 연구 성과를 사업화하고 그로부터 얻은 수익을 다시 연구에 재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며 “삼성서울병원은 올해 2~3개의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