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언론 공격, 독재자들이나 쓰는 수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은 미국인의 적(敵)’ 발언으로 미 정가와 언론계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독재자의 언행’ ‘선을 넘었다’는 비난까지 나온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사진)은 19일(현지시간) 방송에 출연,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관련 발언에 대해 “그게 바로 독재자들이 (독재를) 시작하는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기자회견 때 정부 초반 혼돈 양상을 보도한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을 거명하며 “(정보기관의) 정보유출은 사실이고, 뉴스는 가짜”라고 주장했다. 또 이튿날 트위터에 NBC 등 5개 대형 언론사를 적시하며 “가짜 뉴스 미디어는 내 적이 아니라 미국인의 적”이라고 비난했다.

매케인 의원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독재자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언론 활동을 막아버리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일한 존 포데스타도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 전술을 쓰고 있다는 게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그(트럼프)는 모든 뉴스는 믿을 수 없고 고정된 진실이 없다는 인식을 심으려 한다”며 “현실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왜곡할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친(親)트럼프 성향의 언론인으로 분류되는 미국 폭스뉴스사 앵커 크리스 월리스도 “언론이 트럼프를 비판하고, 트럼프도 언론을 비판할 수 있지만 (트럼프가) 언론을 미국인의 적이라고 선언한 것은 분명히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아랍에미리트를 방문 중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언론을 적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나도 언론과 대립할 때가 있지만 언론 역시 우리가 상대해야 할 사회 구성원”이라고 트럼프와 다른 의견을 냈다.

공화당 대선주자로 나섰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이날 “언론 보도는 각 언론에서 자율적으로 하도록 놔둬야 한다”며 “언론 역시 미국의 일부분이며, 모든 일에 균형이 이뤄지도록 하는 사회적 기구 중 하나”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