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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과거의 영화(榮華)를 그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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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 유도그룹 회장 cmyu@yudohot.com >
    [한경에세이] 과거의 영화(榮華)를 그리워하며
    업무 차 독일에 갔다가 하이델베르크 성을 관광할 기회가 있었다. 돌마저 삭아버린 성곽에서 바라본 하이델베르크의 아름다움, 그중에서도 성당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성당이 있는 도심으로 가보기로 했다. 그러나 그 성당에 가까이 갔을 때 느낀 슬픔은 나에게 소리없는 눈물을 흘리게 했다.

    그 성당은 ‘성령에게 봉헌된 성당(Church of The Holy Spirit Heidelberg)’으로 멀리서 보았을 때는 동방에서 온 신앙인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가까이 갔을 때, 그 성당 건물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것은 포장마차와 비슷한 관광객을 상대로 상품을 파는 가게들이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왕과 왕비의 무덤 하나가 있을 뿐 거의 텅 빈 성당에는 200여개의 독립된 의자들만 놓여 있었다. 나는 과거의 영광에 싸여 있으나 오직 그 흔적만을 남기고 있는 신앙의 탑 앞에서 왜 이렇게 퇴색한 성당으로 변했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느님이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 과연 누가 이곳으로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떠나게 하고, 관광 상품으로 변질시켰는가. 아직도 그 분을 믿는 소수 주민들에게 필요한 장소라고 말하고 싶은가. 오늘의 북유럽 성당들이 거의 이곳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누가 하느님의 성전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왜 하느님의 집이 인간의 삶의 중심이 되기보다는 그저 도움이 필요할 때 찾아오는 곳, 그리고 관광 명소 정도로 바뀌었는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와 신앙인들이 한번쯤은 정말 심사숙고하고 고민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이것은 아마도 입으로는 신(神)을 말하지만 사람들의 삶의 어떤 곳에서도 신(神)의 색깔 또는 냄새가 나지 않는, 외부에서 보면 화려하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텅 빈 속살을 내보이는 그런 삶을 살았기에 그 ‘영화로웠던 성전’이 오늘날 쇠락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봤다. 그러나 입 밖으로 큰소리로 대답할 길이 없다. 나의 대답은 그저 울리는 꽹과리 소리에 불과할 테니.

    불현듯 요즘 우리나라의 현실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龍) 중 하나라고 자부하던 우리가 아니던가’라고 과거의 영화를 그리워하는 우리가 돼서는 안 되겠다고 말이다.

    유영희 < 유도그룹 회장 cmyu@yudoho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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