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돌파.’

롯데그룹이 21일부터 23일까지 단행할 그룹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의 방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특검 수사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인한 위기 대응이다. 그 무기는 ‘세대교체 인사’와 ‘부문별 자율경영’이다. 젊은 경영자들을 끌어올리고, 그룹 조직을 줄이는 대신 4대 사업부문(BU·business unit) 체제로 전환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올해 그룹 창립 50년을 맞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새로운 롯데를 향한 출발을 해야 한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BU 체제로 전환해 자율경영 강화

롯데는 당초 작년 말 인사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검찰 조사와 ‘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로 두 차례 연기했다. 여전히 특검 수사 연장 같은 변수가 남아 있지만 더 이상 인사를 미뤄선 안 된다고 신 회장은 판단했다. 이에 따라 21일부터 조직개편과 인사를 동시에 한다.

조직개편 방향은 세 가지. 컨트롤타워(정책본부) 조직 축소, BU 체제 전환, 준법경영 및 사회공헌 강화가 키워드다. 컨트롤타워 이름을 정책본부에서 경영혁신실로 바꾸고, 이르면 21일 새 경영혁신실장에 황각규 사장을 공식 임명한다. 정책본부의 기존 6개실은 4개팀으로 줄인다. 컨트롤타워 기능은 상당 부분 4대 BU로 옮긴다. 94개 계열사를 유통과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BU로 나눈 뒤 각 BU장을 중심으로 경영한다. 다만 금융 계열사들은 금산분리 원칙을 고려해 독립적으로 관리한다.

롯데는 신 회장 직속으로 준법경영위원회와 사회공헌위원회도 신설한다. 일상적인 경영활동에서 법을 어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컴플라이언스와 사후 법무 지원 활동이 준법경영위원회의 주요 역할이다. 소진세 사장이 준법경영위원장이나 사회공헌위원장을 맡을 전망이다.

◆세대교체 통해 분위기 일신

롯데는 계열사별 이사회를 모두 개최한 뒤 해당 계열사의 인사 명단을 세 차례에 나눠 발표한다. 화학과 식품 계열사 이사회는 21일, 롯데홈쇼핑(21일)을 제외한 유통 계열사 이사회는 22일로 잡았다. 호텔롯데를 비롯한 서비스 부문과 기타 계열사 이사회는 23일 이후에 연다. 별도 이사회가 필요없는 경영혁신실과 4대 BU 수장은 인사 첫날인 21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롯데는 이번 인사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내부 승진자로 대폭 교체해 변화를 줄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의 동남아 사업을 책임져온 김교현 부사장이 롯데케미칼 새 사령탑으로 내정됐고, 롯데백화점의 중국 사업을 총괄해온 강희태 부사장이 롯데백화점을 이끈다. 호텔신라 출신으로 호텔롯데 개발부문장으로 일해온 김정환 부사장이 호텔롯데의 새 대표로 선임됐다. 롯데카드 새 CEO로는 김창권 롯데자산개발 대표가 발탁됐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역사를 알면서 새로운 50년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를 선별하다 보니 내부 승진자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관성 있는 그룹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컨트롤타워 임원진과 4대 BU 수장은 크게 흔들지 않았다. 신임 경영혁신실장인 황 사장과 호흡을 맞출 4개 팀장은 대부분 기존 정책본부 임원진이 맡는다. 핵심 계열사 CEO로 일해온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유통 BU장)과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화학 BU장), 송용덕 호텔롯데 사장(호텔·서비스 BU장),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사장(식품 BU장)이 4대 BU장으로 이동한다.

정인설/배정철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