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실트론, 팜한농 등 최근 인수합병(M&A)으로 새 주인을 맞은 기업들이 눈에 띄게 낮아진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우량한 새 모회사의 강력한 지원 의지가 채권 투자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결과다.

20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반도체용 웨이퍼를 생산하는 LG실트론은 22일 500억원 규모 3년 만기 회사채를 연 2.98% 금리에 발행키로 잠정 결정했다.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앞서 제시한 희망금리 연 4.50%보다 1.5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SK(주)가 지난달 (주)LG로부터 지분 51%를 62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에 채권을 사겠다는 수요가 부쩍 늘어난 덕분이다.

농작물 관련 화학제품을 제조하는 팜한농도 지난 16일 3년 만기 회사채 1000억원어치를 초저금리인 연 1.92%에 발행했다. 작년 동부그룹으로부터 팜한농 지분 100%를 인수한 LG화학이 원리금 지급을 보증한 덕분이다. 직전인 2014년만 해도 팜한농은 연 6.3% 고금리에 겨우 2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실트론과 팜한농은 이번에 조달한 현금으로 고금리 채무를 갚거나 공장 신축에 투자할 예정이다. 한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수익성 부진 탓에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렵던 회사들인데 지원 의지가 강한 우량 그룹사 편입 이후 대우가 달라졌다”며 “기대 이상의 금융비용 절감으로 사업 경쟁력 회복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머티리얼즈(옛 OCI머티리얼즈)와 롯데글로벌로지스(옛 현대로지스틱스)도 간판을 바꿔 단 뒤 회사채 시장 인기 상품으로 거듭났다. SK머티리얼즈는 4년 만의 회사채 발행이던 작년 10월 모집금액 500억원의 4.4배 수요를 끌어모았다. 현재 발행을 추진 중인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롯데그룹이 지분을 매입한 이듬해인 2015년 4월 ‘희망금리 대비 -2.35%포인트(3년물)’로 회사채를 찍으며 수요예측 사상 최대 이자비용 절감폭 기록을 썼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