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억울한 것들의 새벽 - 이건청(1942~ )
묵호는 조용하고 작은 항구다. 7번 국도가 파도 소리를 감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새벽의 묵호항에도 억울한 것이 있다. 그물에 잡혀 올라온 잡어들이다. 가자미와 숭어와 고등어가 들끓는 새벽, 그런데 꿈틀꿈틀 그것들은 수평선 쪽으로 몸을 옮긴다. 아직 목숨을 놓을 때가 아니라고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필사적인 어부들이 필사적인 물고기를 만나는 묵호항, 새벽과 삶과 물고기는 서로 밀치고 부딪힌다. 이번 생이 억울한 모양이다. 역설적인 제목이 생을 더욱 더 곱씹게 한다.

이소연 < 시인(2014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