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이 1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창재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과 국정 역사교과서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이 1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창재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과 국정 역사교과서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사 교육이 정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됩니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일 “상당수 학교가 (국정 역사교과서 시범 도입을 위해) 연구학교를 하겠다고 하는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의) 방해 활동으로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 탄핵정국에 따른 혼란이 가중되면서 학교 현장이 보혁 갈등으로 얼룩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 중립’ 호소한 교육부 장관

이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이창재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과 함께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서울, 경기 등 8개 교육청은 연구학교 지정을 위한 공문조차 내려보내지 않고 있다”며 “학교의 자율적인 선택을 방해하는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 대해선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과서 선택은 학교장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적용(2018학년도)하기에 앞서 올해 시범적으로 사용할 연구학교를 지정하기로 하고 신청을 받았다. 당초 이날까지 신청을 받을 계획이었으나 신청 학교 수가 저조하자 오는 15일까지로 기한을 연장했다. 이 부총리는 “외부 세력의 방해로 학교장들이 위축돼 있다”며 “단 한 곳이 신청하더라도 연구학교 지정제도를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계에선 ‘최순실 사태’ 이후 일선 학교가 정치적 갈등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학교장의 자치권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은 “국정 역사교과서 얘기를 꺼냈다 교사들 간 갈등만 커졌다”며 “인사권을 쥐고 있는 교육감이 하지 말라는 일을 할 수 있는 학교는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진보 교육감의 ‘코드인사’ 논란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있는 시·도교육청일수록 ‘학교장 흔들기’의 정도가 심하다는 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일부 교육계의 지적이다. 장학사, 교육연구사 등 전문직 자격 요건을 대폭 낮춘 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교장급 처우를 받는 장학사는 교사들의 역량 향상을 지도하는 자리로 경력 20년 이상의 교사만 지원하던 게 관례였다. 하지만 서울, 경기 등 13곳의 진보성향 교육감들은 전문직 신청 경력 기준을 12~16년으로 낮췄다. 청주의 S초등학교 교장은 “40대 장학사가 60대 교사를 가르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2007년 시범 도입된 교장공모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교장 자격증이 없어도 경력 15년 이상이면 공모를 통해 교장에 선출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일부 교육감들이 이를 ‘코드인사’를 위한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주교육청만 해도 이석문 교육감 취임 이후 시행된 세 건의 교장공모제에서 모두 전교조 출신 평교사가 교장에 선출됐다. “전교조 제주지부장을 지낸 이 교육감이 공모제를 악용하고 있다”(제주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공모를 통해 교장이 된 평교사들 대부분이 교장직을 마치고 시·도교육청 간부로 들어간다”며 “보은 인사로 교장공모제를 활용하는 일이 많다”고 했다. 오지 근무를 자처하며 오랫동안 승진 점수를 쌓아 온 교사들의 허탈함이 커지는 등 학교 내부의 분란만 일으킨다는 비판도 있다.

박동휘/임기훈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