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수많은 의사결정은 사람이 내리는 까닭에 사람을 잘 관리하면 좋은 의사결정은 자연스럽게 따라와요
[고교생을 위한 경영학] (28) 사람 관리
기업 경영에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은 무엇일까. 재무, 연구개발(R&D), 브랜드 전략, 고객관계 관리, 생산설비 효율화 등 최고경영자(CEO)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많은 영역의 이슈가 즐비하다. 하지만 많은 최고 의사결정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근본적인 고민거리는 역시 사람을 관리하는 일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의 수많은 의사결정은 사람이 내리는 까닭에 사람을 잘 관리하면 좋은 의사결정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이다.

끝없는 혁신으로 21세기 가장 성공적인 기업 중 하나가 된 구글의 성장동력은 인사관리 혁신으로부터 유래한다. 그리고 구글의 인사관리는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인사관리 분야 전문가인 존 설리번 박사가 파악한 구글의 혁신적인 인사운영 사례 중 몇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구글 내부 데이터를 분석해 성공적인 매니저의 중요성과 조건을 밝혀내고, 이 조건들을 8가지 요소로 정리해 1년에 두 차례 직원들로부터 평가받도록 했다. ‘공기 프로젝트(project oxygen)’라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꼭 필요한 상위 직급자의 자질을 정착시키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

둘째, PiLab(People & Innovation Lab)을 운영해 사회학적 실험을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인재를 관리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파악한다. 여기에는 직원들이 가장 만족해 하는 동기부여 방식을 파악하고 건강 증진을 위한 과학적인 실험들도 포함된다.

셋째, 최근 많은 기업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예측적 분석학(predictive analytics) 기법들을 활용해 직원들의 이직확률 계산모형을 통한 선제적 이직 방지, 효율적인 작업환경 구축 등에 활발히 활용한다.

넷째, 이런 분석학 기법들을 직원 채용에 활용하는 데 특히 구글에서는 성공할 확률에 대한 분석학 모델을 기반으로 채용하고, 인터뷰 절차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효율적인 모델로 설계한다.

다섯째, 역시 데이터를 통해 혁신활동은 학습, 협업, 재미의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될 때 극대화된다는 점을 파악하고 이 요소들을 높일 수 있도록 과업 부여 방식이나 물리적 환경 개선 등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이외에도 직원들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정확히 계산해 이를 근거로 자원배분 의사결정을 하는 등 데이터에 근거한 인사정책은 전사적인 기업문화로 자리 잡았다.

2004년 기업공개를 한 구글은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기업 중 가장 젊은 기업이다. 이 때문에 다른 거대기업에 비해 처음부터 전통적인 관계기반의 인사정책이 아닌 데이터에 근거한 인사정책이라는 혁신을 정착시키기가 용이했다. 또 구글은 창업자 및 임원들로부터 많은 기술자들까지 대부분 구성원이 분석적인 역량과 문화를 가지고 있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사정책의 이해와 수용이 원활했다.

반면 대부분 기업은 데이터에 기반한 인적자원관리는 전폭적인 수용이 쉽지 않다. 여기에는 사람을 다루는 영역에는 사람의 전문성과 경험이 훨씬 중요하다는 인식과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정착되지 않은 문화적 배경 등이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오정석 교수 < 서울대 경영대 >
오정석 교수 < 서울대 경영대 >
또 일반적으로 기업 인사관리 종사자들이 통계, 수학, 전산과 같은 데이터 분석의 학문적 배경이 약한 경향이 있다는 점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기술에 의해 인사 분야 종사자의 역할이 줄어들 가능성을 염려할 수도 있다. 일례로 데이터 기반의 인재 채용과 관리에 기반한 구글은 전 세계에서 분야별 최고 인재들을 뽑아 활용한다. 기술 분야는 물론이고 언론, 의료, 자동차, 연예산업 등 구글의 사업 영역이 미치는 모든 업체는 구글에 인재를 빼앗기거나 좋은 인재를 영입할 가능성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힘든 경쟁을 펼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꼭 생각해 봐야 할 명제가 아닌가 한다.

오정석 교수 < 서울대 경영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