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대미 '조공 외교' 논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사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기업에 미국 투자를 재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다. 하지만 기업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고 우리가 경영 계획을 바꿔야 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조공 외교’란 비판도 나온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 3대 기업은 정부 측으로부터 미국 투자 계획을 구체적인 수치로 알려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일본 공공 투자기관들도 고속철도를 포함해 미국 인프라사업에 수백억달러를 투자할 것을 약속하도록 압박받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다음날에는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골프 라운딩을 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70만개 일자리를 마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미일 성장·고용 이니셔티브’를 제안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기업을 닦달하는 것은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다. 일본 기업 사이에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 달래기’를 위해 기업에 능력을 초과한 투자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F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자동차 수출을 들먹이며 미·일 간 무역 불균형 문제를 비판하는 등 일본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2016년 무역통계에서 대(對)일 무역적자 규모는 689억달러로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무역적자 감소를 요구하며 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중요성을 강조할 생각이었지만 “TPP의 T자만 꺼내도 트럼프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총리관저 관계자)는 판단 아래 우선은 미국에 대한 협력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으로 바꿨다고 아사히신문은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베가 ‘조공 외교’의 자세로 임하는 것은 일본 측의 위기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