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대선 입찰 공고…해운업 시황 좋지 않아 매각 불투명

산업은행이 선박금융으로 빌려준 돈 대신 받은 한진해운의 선박 10척에 대해 매각 절차에 나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 2척과 벌크선 8척 등 모두 10척에 대한 매각 및 대선 입찰 공고를 냈다.

입찰 의향서 마감일은 이달 21일이다.

앞서 지난해 9월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선박금융으로 사들인 선박을 금융권에 반환했다.

산업은행이 이번에 내놓은 선박은 자사 지분이 많아 주도적으로 매각할 수 있는 선박의 전부다.

이 중 컨테이너선은 8천6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급으로 한진해운이 운항 중이 컨테이너선 중 중대형급에 속한다.

벌크선 중에서도 중대형에 해당하는 18만DWT(재화중량톤수)급이 3척 포함됐다.

건조연도는 2010∼2013년으로 비교적 건조된 지 얼마 안 된 선박이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이 배들을 순차적으로 받고서 '클락슨 플라토 아시아'를 매각주간사로 선정해 선박 실사 등의 절차를 진행했다.

산업은행은 10척을 모두 매입 또는 용선하거나 일부 매입하고 나머지는 용선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입찰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최근 해운업계 시황이 좋지 않아 산업은행의 이런 매각 시도가 결실을 볼지는 미지수다.

벌크선 운임을 보여주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해 11월 말 1,216포인트까지 올랐다가 최근 들어 785포인트까지 떨어졌다.

BDI가 사상 최고점에 오른 2008년 5월 20일에 기록한 11,793포인트와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특히 팔려고 내놓은 컨테이너선의 규모가 애매하다는 지적이 있다.

최근 선사들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2만TEU급을 투입하는 등 선사간 선박 초대형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배가 커져도 연료비 등이 많이 들지 않아 선사들이 초대형 선박으로 갈아타고 있다"며 "1만TEU급 이상이 돼야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급과잉으로 배가 남아돌고 있어 배의 가격뿐 아니라 용선료도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채권단 중 우리은행이 지난해 11월,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해 12월, 각각 한진해운의 선박 4척을 매각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