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카마로SS
쉐보레 카마로SS
스포츠카를 타고 출퇴근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한국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고성능 스포츠 세단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특정계층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고가의 스포츠 세단이 가격을 낮추고 젊은 층을 파고들면서 저변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이런 변화 기류를 감지하고 올해 신차 투입을 예고하고 있어 자동차 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한국GM이 국내에 출시한 5000만원대 고성능 스포츠 세단 카마로SS가 월 60대 이상 팔리며 판매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GM(제너럴모터스)의 북미 공장에서 수입·판매되는 카마로SS는 지난해 총 666대가 팔렸다. 국내에서 차종 기준 현대차 벨로스터(635대)에 이어 가장 적게 팔린 모델 2위에 올랐지만, 국내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차급인 고성능 스포츠 세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판매량이다.

출시 전부터 사전계약만 580대에 이를 정도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됐고, 현재 카마로SS를 사려면 2개월 정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높은 인기가 유지되고 있다.

카마로SS의 인기 비결은 스포츠 세단이라는 독특함과 경쟁력 있는 가격, 뛰어난 주행성능으로 요약된다.

주무기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가격이 5100만원대다. 5세대 차량 대비 고배기량 엔진을 탑재하면서도 1000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경쟁차종인 BMW 고성능 스포츠 세단 M3는 1억1000만원대로 카마로SS의 두 배에 달한다. 이때문에 주말을 이용해 레저용 세컨드카를 이용하려는 고객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6세대 풀체인지 모델로 고성능 버전인 카마로SS는 포드 머스탱과 함께 '아메리칸 머슬카'를 상징하는 차다. 긴 후드와 근육질의 펜더 등 외관 스타일은 몸집 큰 차를 선호하는 미국인들의 취향이 반영됐다.

멈춤 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하는 이른바 '제로백' 가속은 4초대다. 엔진은 최고출력 453마력, 최대토크 62.9㎏·m인 V형 8기통 6.2L 자연흡기 엔진이 얹어졌다. 가격이 1억원이 넘는 쉐보레의 고급 스포츠카 콜벳에도 쓰이는 엔진이다. V6 3.6L 엔진을 탑재한 5세대 차량보다 스펙이 좋다.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6단 시절보다 가속 응답성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실주행 평균 연비는 L당 6.8㎞다.
기아차 스포츠 세단 스팅어
기아차 스포츠 세단 스팅어
이같이 고성능 스포츠세단 시장의 가능성이 열리면서 국산차들도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스포츠 세단 스팅어(프로젝트명 CK)를 준비 중이다. 지난달 열린 '2017 북미 국제 오토쇼'(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이미 공개했다.

스팅어는 2.0 4기통 터보 직분사(GDi) 엔진과 3.3L 6기통 트윈 터보 GDi 등 두 종류의 가솔린 엔진 라인업으로 구성된다. 3.3 터보 모델은 정지상태에서 5.1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한다. 기아차 중 가속력이 가장 뛰어나다.

스팅어의 주행성능은 BMW의 고성능차 개발 분야에서만 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앨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 시험·고성능차담당 부사장이 담당했다. 극한의 코스로 불리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테스트를 반복하면서 주행성능을 담금질했다.

기아차는 스팅어를 올해 상반기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스팅어 이후에도 고급형 모델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BMW 4시리즈나 아우디 A5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4000~5000만대로 책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도 올 하반기에 선보일 제네시스 G70으로 고성능차 시장에서 승부를 벼르고 있다. 준대형 세단인 제네시스 G80의 고성능 모델인 G80 스포츠가 지난해 출시된 바 있지만 파생 모델이 아닌 독자적인 고성능 모델은 G70이 사실상 처음이다.

스팅어와 파워트레인 등 플랫폼을 공유하는 G70은 2.0 가솔린 터보와 V6 3.3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이 탑재되고, 8단 변속기가 조합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고성능 스포츠 세단 시장은 아직은 태동단계"라며 "하지만 젊은 소비층이 합리적인 가격대에 자신의 개성을 살리릴 수 있는 모델로 인식할 경우 저변이 확대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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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관열 한경닷컴 기자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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