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문은행은 정보통신기술(ICT)을 금융에 접목한 핀테크 활성화와 함께 기존 은행과 차별화한 저렴한 수수료, 연 10% 안팎의 중금리 대출 등을 통해 소비자 편익을 높이자는 취지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이미 20년 전에 태동시켰고 중국도 적극적인 데 비하면 늦어도 한참 늦었다. 그런데도 ‘재벌 사금고화’라는 도그마에 갇혀 법안 통과는 기약도 없다. 이대로라면 인터넷 전문은행은 상반기 출범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향후 증자도 어려워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금융의 사금고화는 철저히 막아야 마땅하다. 과거 외환위기, 저축은행 사태 등의 트라우마도 있다. 하지만 그간 대주주 여신 규제, 상시 금융감독 등 방지 장치도 촘촘히 갖춰졌다. 문제가 재발한다면 그것은 제도가 아니라 부실감독의 문제일 것이다. 그럼에도 은산분리가 마치 만고불변의 진리라도 되는 양, 법안 심의조차 막는 것은 세계의 금융 변화에 눈 감은 우물안 개구리식 발상으로 비친다. 오죽 답답했으면 K뱅크 등은 대주주 여신을 전면 금지해도 좋으니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하소연할 정도다.
은산분리 논란을 보면서 국회의원 한 명이 갖는 권한에 새삼 놀라게 된다. 관련 상임위의 법안심사소위에서 누군가 한 명이 끝까지 반대하면 법안 상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의원 개개인이 곧 재적의원 300명과 동일한 권력을 갖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회선진화법’도 특정 정당이 의석을 60% 이상 확보하지 않는 한 누구든 몽니가 가능한 구조다. 언제부터 국회의 의사결정이 만장일치가 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