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돈 번다'며 가족 먼저 챙긴 50대 공사 근로자
'집안 도우려 열심히 일한' 27세 두피관리사…유족 '통곡'


"없는 형편에도 가족들 먼저 챙기는 살가운 동생이었어요."

4일 화성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로 숨진 철거작업 근로자 정모(50)씨 형(56)은 아직 동생의 사고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3남 1녀 중 막내인 정씨와 이번 설 명절에도 만나 정다운 시간을 보냈고, 며칠 전에도 안부 전화를 주고받았다.

동생이 지역 곳곳을 다니며 공사 관련 일을 한다는 건 알았지만,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몰랐다.

그러나 정씨는 "열심히 돈 벌고 있다.아무 문제 없다"며 가족들을 안심시키고는 했다고 형은 설명했다.

구순에 가까운 노모는 소식을 듣고도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병원에 있는 아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고, 사회 초년생인 정씨의 두 아들도 아직 아버지의 소식을 전해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 형은 5일 "우리 형제는 서로 (경제적으로) 힘들더라도 다른 형제가 힘들면 자신의 반쪽을 순순히 떼다 줄 정도로 우애가 깊었다"면서 "형들에게 살갑던 동생이 갑자기 떠나버릴 줄을 누가 상상이냐 했겠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어린이 놀이시설 소품을 철거하면서 쌓아둔 자재들이 어떤 이유에선지 타올랐고, 주변에 있던 동생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찰이나 시로부터 정확한 사고 경위를 전달받아야 향후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 유족은 사고 당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경기도 오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을 맞았다.

정확한 사인을 밝히려면 정씨의 시신을 부검해야 해서 아직 장례식장에 빈소가 차려지지 않았지만,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친척과 지인들의 발길이 이따금 이어졌다.

메타폴리스 상가 화재 희생자 두피관리실 직원 강모(27·여)씨의 부모도 딸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서 슬픔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강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곧장 취업해 사회로 나왔다.

두피관리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강씨는 수년째 관리실 곳곳을 옮겨 다니며 성실히 일했다.

언젠가는 자신의 이름을 건 관리실을 내 운영하겠다는 포부도 있었다.

그런 강씨는 부모에게는 자랑스러운 딸이었고, 먼저 시집간 여동생과 대학생인 남동생에게 모범적인 언니이자 누나였다.

유가족들은 그런 강씨의 날벼락 같은 사고 소식을 접하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강씨의 아버지(57·자영업)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다 보니 스무 살 나이에 취업해서 스스로 돈을 벌었다"며 "아빠, 엄마가 잘살지 못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라며 끝내 눈물을 쏟았다.

이어 "매사에 긍정적이고 정말 착해서, 법 없이도 살 아이였다"며 "또 자기 조카만 보면 예뻐서 어쩔 줄 몰랐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고모(52)는 "아이 엄마에게 들어보니 오늘 다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해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며 "집안에 도움이 되려고 그토록 열심히 일하던 아이였는데…"라며 고개를 떨궜다.

지난 4일 오전 11시께 화성 동탄신도시 메타폴리스 단지 내 4층짜리 부속 상가 건물 3층 옛 뽀로로파크가 있던 점포에서 철거작업 중 불이 나 정씨 등 남녀 4명이 숨졌다.

정씨와 강씨는 불이 진압되고 나서 건물 안을 수색 중이던 소방대원에 의해 철거현장과 인근 두피관리실에서 각각 발견됐다.

현재 동탄과 수원, 오산 등 3개 병원에 분산된 4명의 시신은 이날 오후 서울에서 국과수 부검이 끝나면 모두 동탄 한림대병원으로 옮겨 안치하기로 했다.

(오산·화성연합뉴스) 강영훈 류수현 기자 you@yna.co.kr, k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