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원·달러 환율, 1120원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

지난해 말까지 가파른 강세를 나타냈던 달러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급격한 되돌림 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정책에 원화 강세까지 더해지자 국내 수출주에 비상에 걸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 약세 추세는 불가피하다며 투자 유망주를 선별하라고 조언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3일 "최근 글로벌 외환시장의 움직임은 트럼프 정책에 좌우(Trump-Dependent) 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은 달러화 약세 유도에 초점을 맞춘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상승 흐름을 지속하며 1200원대에서 거래됐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다는 것은 달러화 대비 원화가 약세(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낸다는 의미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반(反)이민정책,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대한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금융시장에는 잡음이 일었다.

커진 불확실성에 외환시장은 롤러코스터 장세를 나타낸 것이다. 지난 1월 초(9일 종가 1208.3원) 1200원대에 거래됐던 원·달러 환율은 불과 한 달여 만에 1140원대(2월2일 종가 1146.8원)로 곤두박질치며 60원 넘게 폭락했다.

최근 트럼프는 일본, 중국, 독일 등이 '무역이익을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의도적으로 절하하는' 환율 조작을 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김윤서 연구원은 "트럼프 경제정책의 핵심인 미국 제조업과 수출산업 육성을 위해선 달러 약세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색채가 드러나자 달러화 약세 속도는 더 가팔라졌다.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신호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당분간 달러화 약세 기조는 불가피하다며 원·달러 환율이 1120원대까지 저점을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는 달러화 강세를 경계하는 발언을 지속할 것"이라며 "이는 시장의 달러 매도(달러화 가치 하락) 심리를 더 자극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날 발표되는 미국 고용지표 결과가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모습이 확인되면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통화정책 보고'에서 금리 인상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달러화 약세가 진행되면서 국내 수출주에는 먹구름이 끼었다. 상대적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발생하지 않은 이슈에 휘둘려 수출주에 대한 투자를 섣불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출 소비재(정보기술(IT) 자동차)와 수출 자본재(에너지 소재 산업재 등)에 짙게 드리워진 그늘을 중장기 시각에서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라"며 "단기적으론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안전지대 종목군인 은행, 증권 등 금융업종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김윤서 연구원은 달러화 약세에 따른 투자 유망업종인 에너지, 소재, 음식료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