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에 연루돼 뇌물 혐의로 1·2심에서 실형을 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정옥근(65) 전 해군참모총장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검찰은 기존에 적용했던 뇌물 혐의 대신 제3자 뇌물제공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해 유죄를 끌어냈다.

서울고법 형사3부(천대엽 부장판사)는 2일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제3자 뇌물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보석으로 풀려나 있던 정 전 총장은 법정에서 바로 구속됐다. 정 전 총장과 공범으로 기소된 아들(39)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정 전 총장이 해군참모총장 시절 옛 STX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아들이 주주로 있는 요트 회사에 7억7000만원의 후원금을 지급하게 한 게 제3자 뇌물제공 혐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전 총장은 1차로 STX 측 관계자에게 아들 회사 이름을 언급하며 후원금 지급을 요구했다가 지지부진하자 독촉까지 했다"며 "자신의 직무와 관련 있는 STX 현안 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예정돼 있다는 걸 인식하고 후원금 지급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덕수 전 회장 등 STX 관계자들 역시 이런 업무 현황과 관련성, 음성적 혜택이나 이익을 기대하고 유례를 찾기 힘든 거액을 후원하기로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상황을 볼 때 STX와 정 전 총장은 상호 묵시적 인식, 양해하에 부정한 청탁을 주고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 전 총장은 해군 전체를 지휘, 통솔하는 최종 결정권자로서 누구보다 도덕성이나 청렴성을 갖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의심받을 행위를 경계해야 하는데도 자신의 지위를 내세워 범행해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들을 도우려는 아버지 심정에서 범행이 이뤄졌고 실제 STX를 위해 부정한 처사가 이뤄진 직접 증거가 없다"며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2심이 선고한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정 전 총장은 애초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 및 벌금 4억원, 추징금 4억4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아들도 징역 5년과 벌금 2억원, 추징금 3억8500만원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2심은 뇌물 액수를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며 특가법이 아닌 형법상 뇌물죄를 적용해 정 전 총장에게 징역 4년, 아들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지난해 6월 "후원금을 받은 주체는 요트 회사인데 정 전 총장 부자가 직접 후원금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한 것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은 기존에 적용한 뇌물 혐의 대신 제3자 뇌물제공 혐의를 적용해 공소장을 변경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심리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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