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말 그대로 직격탄이다. 외교적 교양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엊그제는 ‘중국과 일본이 통화정책을 통해 시장에 개입하는데도 미국은 얼간이처럼 당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의 거센 공격에 자존심 센 시진핑조차 일단은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항행의 자유’를 앞세운 트럼프의 남중국해 공세에 속앓이 중인 상황에서, 경제부문으로도 전선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서다. 트럼프의 공세는 동맹이라고 한치의 예외가 없다. 여러 차례 뒤통수를 맞은 일본은 지금 ‘멘붕’ 상태다.
트럼프는 아베 총리가 심혈을 기울인 TPP를 탈퇴하고 자동차 등 무역 불공정을 지적한 데 이어, 일본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엔저 정책’에도 태클을 걸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100년 동맹’인 유럽과 미국 간 파열음도 크다. ‘독일이 저평가된 유로화를 통해 미국을 착취한다’는 게 트럼프의 주장이다. 메르켈 총리가 직접 나서 ‘환율조작 안 했다’며 반박하면서도 독일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파격행보의 트럼프지만 이상하리만치 한국 관련 언급은 사라지고 없다. 대통령 후보 시절 한·미 FTA와 상호방위조약 등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던 점을 생각하면 무척 이례적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는 ‘100% 한국과 함께할 것’이라며 이전 지도자들처럼 한·미 공조를 다짐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첫 방문지도 한국이다.
물론 과도한 걱정은 금물이다. 헤리티지재단·무역협회-한경 포럼에서는 FTA 재협상 공포가 과장됐으며, 트럼프의 거친 표현에 겁먹을 필요없다는 조언이 제시됐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북핵 등 한반도 문제는 섣부른 언급을 불허할 만큼 엄중하다. 탄핵정국으로 정치사회적 혼란도 극심하다. 미국 의회에서는 엊그제 대북특사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무언가 있다. 언제 트럼프의 동북아 정책이 터질지 숨죽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