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총리(왼쪽), 윤증현 전 장관
한덕수 전 총리(왼쪽), 윤증현 전 장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거물급 관료 출신 외부 인사를 차기 회장 후보로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이달 말 임기가 끝나면 더 이상 회장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대기업 총수 중 ‘바통’을 넘겨줄 마땅한 후보를 찾기 어려워서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 일부 회장단 회원사는 최근 비공식 모임을 하고 외부 인사를 차기 회장 후보로 세우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거론된 외부 인사로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현오석 전 부총리 등이다.

전경련 측은 우선 한 전 총리와 윤 전 장관에게는 수락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덕망 있는 거물급 관료 출신을 내세워 전경련의 쇄신안을 확정하고 정상화 작업을 이끌어야 대내외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988년 5공 청문회 이후 국무총리를 지낸 고(故) 유창순 회장이 전경련을 이끈 사례도 있다.

다만 관료 출신 인사가 위기에 놓인 전경련의 회장직을 맡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그룹이 탈퇴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는 등 전경련이 사실상 와해 위기에 처해 있어서다. 윤 전 장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경련 회장단에 속한 회원사로부터 비공식 (차기 회장 영입) 제안이 온 것은 맞다”며 “소이부답(笑而不答·웃을 뿐 답하지 않음)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갈 자리는 아닌 것 같다”며 완곡하게 고사의 뜻도 밝혔다.

외국 출장 중인 한 전 총리는 “상황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의견이나 입장을 말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재계에선 외부 인사 중 상공부 출신으로 경제부총리와 국무총리 등을 역임하고 한국무역협회 회장까지 지낸 한 전 총리를 최적의 차기 전경련 회장 후보로 꼽고 있다.

전경련이 이처럼 외부 인사를 차기 회장 후보로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회장단에 속한 대기업 총수 대부분이 차기 회장직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어서다. 허 회장이 지난해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8·15 특별사면에서 배제되면서 마땅한 후보를 찾기 어려워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이름도 오르내리지만, 정작 본인들은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오는 15일께 이사회를 열고, 23일 총회를 열어 차기 회장 선출 문제를 매듭지을 계획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